미국 상원 50:50 균형 흔들… 부시측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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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지속돼온 미국 상원의 세력 균형이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상원의원 제임스 제퍼즈(67.사진)의 탈당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당파적 이익보다 정책에 따른 교차 투표를 선호해온 그는 민주당원들에게 조만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제퍼즈는 23일(현지시간) 탈당의 뜻을 밝히고, 다음달 초께 당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버몬트주의 3선 의원인 제퍼즈가 민주당으로 갈 경우 공화당이 보는 피해는 엄청나다. 우선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의 세력균형이 깨지게 된다.

딕 체니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어 가능했던 불안한 우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또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상원 다수당 자리를 빼앗기게 됨은 물론 상원의 20개 위원장 자리도 모두 민주당에 내줘야 한다. 상원의 권력 구조가 역전되면 부시 대통령은 에너지정책, 미사일방어(MD)구축, 이번주 발표할 새 국방정책 등 대내외 정책 등이 발목을 잡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급해진 공화당에서 트렌트 롯 상원 원내총무가 설득에 나선 데 이어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직접 제퍼즈를 만났으나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탈당하더라도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짙은 버몬트 주민들은 그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손해날 것이 없다고 전망했다.

제퍼즈의 탈당 계획은 부시 행정부와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제퍼즈는 부시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1조6천억달러의 감세안에 대해 당론과는 달리 처음부터 반대입장을 밝혔고 반대 투표를 감행했다. 버몬트주의 반대 여론을 들며 1조2천5백억달러로 감세 규모를 줄이자는 민주당 수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러자 백악관측은 제퍼즈가 추진해 온 버몬트주 목장주들을 위한 법 제정에 반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버몬트 고교 교사가 수상자인 '올해의 교사상' 시상식에도 상원 교육.건강보험 위원장인 제퍼즈를 초대하지 않는 등 압박을 가했다. 톰 대술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등 지도부가 수주 전부터 제퍼즈에게 상원 환경위원장이나 재정위원장 자리를 제시하며 공을 들인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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