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사실상 필리핀 총선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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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과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14일 치러진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아로요가 승리를 거뒀다.

선거 없이 대통령에 오른 아로요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던 상원의원 선거에서 아로요의 피플파워연합(PPC)이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선거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개표율 50% 상황에서의 공식 중간집계에 따르면 아로요의 PPC는 24석 중 13석을 새로 뽑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8석을 차지, 기존의 다섯명을 합쳐 전체 의석수(24석)의 과반이 넘는 13석을 확보했다.

상원뿐 아니라 하원에서도 아로요의 여당은 23일 현재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평론가들은 아로요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라몬 레빌라 상원의원 등 현직 야당 상원의원 세명이 여당에 합류할 의사를 비춰 아로요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 선거상황=상원선거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방송뉴스캐스터 출신 놀리 드 카스트로가 2위와 큰 격차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고, PPC후보들은 나란히 2~9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야당인사들 가운데 에스트라다 부인 루이자가 11위, 판필로 락손 전 경찰청장과 그레고리오 호나산 전 육군대령이 12, 13위로 당선권에 들었다.

하지만 1일 폭동사태로 체포됐던 후안 폰세 엔릴레 상원의원과 체포명단에 속해 있던 미리암 디펜소 산티아고 상원의원은 현재 각각 14, 15위로 낙선 가능성이 크다.

야당 등 일부에선 PPC가 상원 13석 전부를 차지해 완승을 거둘 것이라던 당초의 장담과 달리 과반을 겨우 확보한 것을 놓고 '아로요에 대한 불신임' 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로요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에)매우 만족하며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것" 이라며 승리 선언을 했다.

그는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라며 "에스트라다를 감옥에 보내지 않고 특별병동에서 머물게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라다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당내 일부의 주장을 물리치고 반대파 민심잡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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