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올의 논어이야기' 중단 배경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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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도올 김용옥(사진)씨가 측근을 통해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사퇴서' 를 전달하고 일본으로 떠난 뒤 22일까지도 연락이 없자 KBS 제작진은 강의 중단에 다른 배경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동시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도올은 언론에 공개한 이 사퇴서 외에 KBS 경명철 예능국장, 박해선 책임PD 등 '도올의 논어이야기' 제작 관계자들에게는 별도의 편지를 보냈다.

A4 한 장 분량인 이 편지에는 그간 배려해줘 고마웠으며, 인간적인 교분을 쌓게 돼 기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자신의 사퇴로 인해 담당 PD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제작진이 당혹해 하는 것은 도올의 사퇴 시점이다.

『논어』해석의 정확성 시비, 공적 매체인 TV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 등에 대한 비판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때에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도올 스스로 김수환 추기경을 초대해 대담을 했을 뿐 아니라 최근 연세대.충북대 등에서 열린 강연도 대학생들의 열띤 호응 속에 이뤄져 제작진이 "이제 도올이 안정돼 가고 있다" 는 평가를 내린 터였기 때문이다.

특히 제작진은 "도올이 일주일여 전까지도 화요일 강의, 목요일 자막 확인, 토요일 차기 아이템 선정 등 모든 제작일정을 차분히 진행해 왔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올의 책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통나무 출판사 남호섭 사장은 "잠잠해진 시점이기 때문에 그의 사퇴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게 아니라 사퇴서에 밝힌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입증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력문제도 무시하지 못했으리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40분물 56부작으로 끝낸 EBS의 '노자와 21세기' 의 경우 김씨는 35회가 지나갈 무렵 목이 쉬고 감기에 걸리는 등 체력적 한계에 봉착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TV 강의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 세간의 호평이 주를 이뤘던 반면 이번에는 여러 곳에서 비판이 터져나오다 보니 그같은 체력의 열세를 극복할 정신력이 뒷받침되기 어려웠으리라는 풀이다.

제작진은 당장 25일 방영분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일단 방영 전까지는 도올의 연락을 기다려보고 어떻게든 도올이 직접 시청자에게 설명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두 회 분량인 도올의 강의 사이엔 '뉴스라인' (밤 11시)이 30여분간 방송되기 때문에 특선 영화를 편성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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