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면전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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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라말라.예루살렘=외신종합, 이상언 기자]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정착촌을 전투기로 공격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F-16 전투기와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공습에 나선 것은 18일 이스라엘 해안도시 네타냐의 쇼핑센터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소속 팔레스타인인이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해 1백여명의 이스라엘인이 사상한 데 따른 것이다.

팔레스타인 목격자들은 요르단강 서안 북서부 도시 제닌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거점과 팔레스타인 경찰서 두곳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 마을 부근의 가디드 정착촌에도 박격포 공격이 가해졌다. 팔레스타인측은 이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세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인 18일에도 F-16전투기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정예부대인 '포스 17' 주요 시설과 가자지구 지중해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측 해군시설을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 1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라말라.나블루스 등에서는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위를 벌였으며 하마스는 보복을 다짐했다.

양측의 충돌이 확산되자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연맹 22개 회원국은 20일 카이로에서 각료급 회담을 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조치를 계속하는 한 이스라엘과 일체의 접촉을 중단할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측에 정치적.물질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로써 그동안 이.팔 사태 중재에 힘써왔던 이집트와 요르단의 활동도 제약을 받게 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한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음모" 라고 비난하며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자살 폭탄테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며 "전투기 공격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18일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폭력 사태를 즉각 멈추라" 고 양측에 요구했으나, 야세르 아베드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19일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공습사실을 사전에 통보받고 이를 용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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