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퇴색… NGO 역할 커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해 11월 창립한 한국NGO학회가 'NGO와 사회정책' 을 주제로 18일 서울대에서 봄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의료.재벌.복지.교육.여성.환경 등 6개 정책 부문에 걸쳐 구체적 시민운동 사례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점검했다.

이 학회의 공동 대표인 서울대 임현진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NGO의 본래 역할은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 이라며 "최근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개혁의 명분이 퇴색하는 시점에서 NGO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의료보험 재정 파탄과 재벌 규제 문제에 관해 격론이 벌어졌다.

◇ 의료개혁=조병희 서울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의사와 약사의 이해 관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는 이익집단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의약분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들의 파업 이후 전문적.기술적인 논쟁이 시작되면서 조직적 역량과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시민단체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말았다" 고 지적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도 "작년 의료개혁 운동은 유일한 실패작" 이라며 "시민단체는 정치권과 자본에 대한 운동을 벌여야 하는데 의사들에 대한 도덕적 공격으로 또다른 독단을 낳았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강원 경실련 부실장은 "사회적 합의를 먼저 파기한 의료계와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며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인한 부작용의 책임을 고스란히 시민단체가 떠안게 됐다" 고 주장했다.

◇ 재벌규제=주제 발표자로 나선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NGO는 재벌과 관련된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등 행동으로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보였다" 며 재벌 개혁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벌은 무조건 나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이분법적 시각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상당히 반영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고 반박했다.

행사를 주관한 NGO학회 조대엽 총무이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장벽을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건전한 정책 도출을 위해 모든 시민단체가 노력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