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오락프로그램도 영화 '친구'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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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친구' 의 열기가 안방극장으로 옮겨 붙었다. '친구' 의 줄거리 일부를 패러디하거나 친구를 소재로 한 오락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초 봄 개편으로 선보인 KBS2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의 '패러디 친구' (사진上)와 '야!한밤에' 의 '보고싶다 친구야' , MBC '코미디하우스' 의 '심리개그 와룡봉추' 등이 그런 코너들.

'패러디 친구' 의 경우 말 그대로 영화 '친구' 를 패러디한다. 개그맨 김영철이 유오성 역을, 백재현이 장동건 역을, 이장숙이 김보경 역을 연기한다. 축제.과외 등 주제를 매주 달리해 영화 '친구' 의 대사나 행동을 흉내내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강영원PD는 "영화에는 욕과 폭력이 많지만 방송에서는 인물들의 성격만 차용해 콩트를 펼치고 있다" 며 "교실을 배경으로 한 것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보고싶다 친구야' 코너는 영화 '친구' 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친구찾기 신드롬을 적극 활용한 경우다.

연예인 두 명이 밤 12시에 카페에 나가 친구를 전화로 부른 뒤 몇 명이나 나오는지를 알아보는 게 기본 포맷이다. 심현섭.윤정수.김조한.조은숙 등이 출연했다. 이 코너는 프로그램의 전체 방영시간 58분 중 30분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예인 중 친한 사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인데다 연예인이 아닌 친구를 대하는 스타들의 꾸밈없는 표정까지 볼 수 있도록 꾸민 게 인기의 비결로 풀이된다.

권영태PD는 "영화 '친구' 신드롬을 적절히 이용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며 "자칫 인간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출연에 응하면서도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고 전했다.

반면 MBC의 '와룡봉추' 는 친구로 설정된 두 주인공 고명환과 문천식의 대사와 얼굴 표정을 통해 친구 사이의 의리와 사랑, 갈등 등을 보여주는 개그다.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토크로 진행하지만 짧은 대사 한마디가 반전을 일으키며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고명환은 항상 친구 문천식을 서서히 화나게 만드는 성격이며, 문천식은 그래도 묵묵히 참고 견뎌내는 순진한 캐릭터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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