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제주 영어 공용어화 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주도를 국제적인 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 영어를 제주도의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민주당 '제주 국제자유도시 정책기획단(단장 이해찬 정책위의장)' 은 외국의 용역업체가 지난 15일 제주도를 ▶출입국이 자유롭고 ▶투자제도와 무역이 자유화된 국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이의 현실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문화부의 반응은 우선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 추진과 영어와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는 내용으로 모아진다.

문화부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영어가 경쟁력 강화에 원동력이 된다는 주장은 증명된 적이 없으며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다고 해도 제주도민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문화부는 이같은 입장을 정리한 A4용지 3장의 문서에서 "필리핀과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후진국이며, 일본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최대 경제 대국의 하나" 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제주도를 관광하거나 이 곳에 투자를 하더라도 영어장벽 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제주도민의 영어실력 향상에 대해서도 문화부는 "영어실력의 향상은 공용어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영어 교육 방법의 개선이 선결 과제" 라고 주장했다.

문화부는 이어 "영어 공용어가 우리말을 말살해 민족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으며 민족정신이 담긴 우리말이 공용어로 인해 위축, 퇴보할 수 있어 결국 영어권 국가의 일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며 외국 용역업체의 제안을 공박했다.

또 향후 1백년 뒤에는 현재 지구 상의 언어 약 3천개 가운데 90% 가량이 소멸할 것이라는 유엔보고서를 인용한 뒤 "생존 가능한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사용하는 인구가 1억명이 돼야 하며 세계 역사상 단일 민족국가가 스스로 외국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적이 없다" 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은 영어 공용어화 문제를 두고 사회 각계에서 반대 여론이 제기되자 "공용어화는 수백개에 이르는 제주 국제자유도시화 방안의 하나이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며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