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과징금 고시'…공정위 자의적 권한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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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부터 시행할 새 '과징금 고시' 에 따라 대기업들의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새 고시는 위반금액이 클수록 종전보다 과징금을 더 많이, 필요하면 법정 최고한도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위반 금액이 크게 마련인데다, 경제력 집중 억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도 많아져 이래저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새 고시에 따르면 법정 최고한도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돼 매출액이 1조원인 업체의 경우 독과점같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걸리면 3백억원, 덤핑이나 납품업자에 대한 비용전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로 적발되면 2백억원까지 과징금을 물 수 있다. 현재보다 각각 15배, 40배로 높아지는 셈이다.

과징금 산정을 위한 위반 단계별 기준 금액도 크게 강화됐다. 경제력집중 억제 규정을 어겨 계열사에 1조원대의 채무보증을 해준 경우 과징금 기준이 종전의 1백71억원에서 2천7백55억원으로 16배가 됐다.

독과점 지위 남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경우도 기준금액이 1.7~4.4배로 상향 조정됐다.

공정거래위는 "기존 고시는 과징금 상한선 때문에 시장폐해가 큰 대기업의 악성 법위반에 대한 억제 효과가 미흡했고, 대기업에 대한 과징금 비율은 적은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과징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고 말했다.

2년 동안 1천5백49억원의 광고비 등을 납품업자에게 부담시켰다가 적발된 한국까르푸의 경우 과징금이 5억원에 불과해 과징금이 너무 작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 고시에 따라 공정위의 자의적 권한이 너무 강화돼 가뜩이나 침체된 대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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