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별 회사채 금리 격차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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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알짜 기업은 앉아서 싼값에 돈을 마련하고, 사정이 어려운 회사들은 높은 이자를 주고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 현대경제연구원(http//www.hri.co.kr)은 17일 발표한 '경제의 양극화' 라는 보고서에서 "자금시장에서 신용등급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투자등급 AA-인 우량기업들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7.2%로, 지난해 5월(9.9%)보다 2.7%포인트가 낮아졌다. 반면 투자적격 기업 중 최하위 신용등급인 BBB-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는 12.1%로 지난해 5월(11.7%)보다 더 높아졌다. 채권시장의 위험 회피 경향으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의 금리차가 1.7%포인트에서 4.9%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1분기 회사채 발행실적에도 명암이 엇갈렸다. 한국신용정보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3백91개 기업들 중 4분의 1에 불과한 A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은 전체 회사채 발행시장의 60%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은 4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투자부적격인 BB등급 이하 회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를 발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투자적격인 BBB- 등급의 회사채조차 투자부적격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후 비우량 기업들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등급 이상의 기업은 1997년 1월의 2백2개에서 올 4월에는 1백7개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중 BBB등급 이하의 기업 수는 5배나 늘어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승명 수석연구위원은 "회사채뿐 아니라 은행들도 우량기업에만 대출 세일을 하고 있어 자금시장에서 비우량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고 지적했다.

이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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