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돈 내고 왔으니 온천물 펑펑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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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부모님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온천에 다녀왔다. 그런데 온천 물을 아껴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비누칠을 하면서도 샤워를 틀어놓는 등 너나 할 것 없이 물을 펑펑 낭비하고 있었다.

마치 '기왕에 왔으니 원없이 물을 써보자' 는 태도 같았다. 흘러 나가는 목욕탕 물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준공된 북한의 금강산댐이 물을 담기 시작한 이후 화천댐에 유입되는 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력 생산까지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악의 봄가뭄도 다음달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렇게 물을 낭비하면 되겠는가.

우리 국민이 과연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고, 절약하려고 노력하는지 묻고 싶었다. '중수시설을 해 온천장 하수를 농업 용수로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도시의 목욕탕 물도 중수시설을 거쳐 세차장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1960년대에는 목욕탕도 별로 없어 버려지는 물도 적었다. 하지만 동네 아주머니들은 목욕탕에서 나가는 따뜻한 물로 빨래를 하곤 했다. 추운 겨울날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빨래하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 하나쯤' 이 아니라 '나 하나 만이라도' 라는 생각으로 가정 뿐아니라 어디에서든 물을 아끼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물을 헤프게 쓰다간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을 사먹게 될까 걱정된다.

이선숙.서울 관악구 봉천1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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