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월' 입소문으로 4만부 팔려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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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사월』은 괄목할 만하다. 스토리 라인, 얼개의 단단함과 함께 속도감 있는 문장에 이르기까지 대중적인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을 처녀작으로 들고나와 출판계에 뛰어든 작가가 '듣도 보도 못한 이름' 인 사십대 중반(45세)의 인물이란 점에 이르면 놀라움은 더해진다. 『사월』이 주는 파장과 작가 이진영의 등장을 시장 역학(力學) 속에서 음미해 보면 이렇다.

"이른바 정통문학의 위세에 눌려 발육부진 상태에 놓여있던 대중문학 작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채워주는 신선한 텍스트. 지난해 『가시고기』『국화꽃 향기』등 멜로 취향의 대중물로 열렸던 출판시장에서 리얼리티를 갖춘 미스터리 액션물로 승부하려는 새 시도. "

이런 판단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작품 『사월』이다. '고단했던 현대사' 가 효과적인 배경으로 드리워져 있고, 영상물을 보는 듯한 속도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동시에 이 소설은 출간 1개월 만에 남다른 호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소설 앞부분 50여 쪽만을 인쇄해 제작해 뿌린 맛보기용 전단이 기폭제가 되면서, 지금까지 2만질(4만부)이 팔려나갔다. 여기에 젊은 네티즌들이 가세했다.

"분명 소설인데,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서 일어나고 있음직한 내용" (zanrong)

" '쉬리' '공동경비구역' 등을 접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잘못된 판단임을 깨달았다. " (fred0515)

"작가의 전직이 첩보원이었나 생각했다. 남자 주인공 수영의 샘물 같은 사랑에도 끌렸다" (sain)

『사월』은 애정소설의 얼개 속에 현대사의 정세를 녹이는 방식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미모의 유치원 교사 '서정' 의 오빠인 검사 '시형' 이 백주 도심에서 납치돼 변사체로 발견된다. 서정도 천주교회로 몸을 피한다. 죽기 전에 오빠가 부탁한 아버지의 유품 손가방을 들고. 그날 밤 어느 비밀정보 기관의 해결사인 살인기계 '수영' 이 찾아들어 서정을 제거하려 한다.

손가방에서 서정의 아버지와 가족 사진들이 나오고 서정과 수영의 비극적 가족사 3대와 정보기관들의 얽히고 설킨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소설은 갑작스레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 작품은 음모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김구 암살, 장준하 의문사에서 총풍사건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미제사건에는 거대권력 내지 외세의 '장난' 이 미스터리로 드리워져 있다는 가설 말이다. 이 작품의 리얼리티는 이런 정교한 장치 덕분이다.

나이로 치면 '환갑 신인' 인 저자의 이력도 별난 편이다. 실제로 그는 국제 수사업무를 다루던 수사관 출신. 91년까지 공항 등에서 근무하던 그는 퇴직 후 CF와 영화(장동건 주연 '패자부활전' )제작과 외화 수입업에 손대왔다.

영화사 황기성사단의 부사장도 지냈던 그는 "영화계도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는 판단 아래 이 작품에 손댔다.

『사월』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요즘 두 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영화 '친구' 의 투자배급사 '코리아픽쳐스' 와 영화제작의 원칙에 구두합의하고 『사월』을 시나리오로 바꾸는 작업, 또 하나는 『사월』 후속 작품의 구상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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