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유해 '머드게임' 개발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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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청소년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머드게임' (Multi User Dimension Games)은 기존의 컴퓨터 게임처럼 프로그램과 이용자가 승패를 내는 일회성이 아니다.

게임 제공업체의 대형컴퓨터 안에 펼쳐진 시나리오에 수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그 속에서 진짜 삶을 살아가듯 수개월, 수년을 두고 지속적으로 생활해 나가는 성장게임이다.

게임 안에는 현실세계와 같은 자연과 병원.술집.주택.마을 등이 갖춰져 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각종 직업을 선택하고 결혼을 하며, 채팅.전투.낚시.요리.사냥 등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이용자는 게임 속 캐릭터가 곧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뒤섞여 가상사회에서의 행동을 현실로 옮기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가상사회 내에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하는 여러 악행이 현실에서도 각종 사건을 통해 표출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6월 게임 속 살인행위 등 악행에 대한 게임 내에서의 제재 및 조정기능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또 게임 내에 법원.판사 등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기능을 추가하도록 게임 제공업체에 요청했다. 게임 속 가상사회에서도 정의와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1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게임산업의 질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머드게임이 청소년들을 황폐화해 정신적 기형아를 양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게임 개발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정동영 한국소비자보호원 생활경제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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