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최초 40대 행장 허영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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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7일 한미은행장으로 취임한 하영구(河永求)전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대표를 금융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씨티은행에서만 20년동안 근무한 뒤 국내 은행 최초로 40대 행장이 된데 대한 환영과 질시의 시선이 함께 몰리고 있다.

1953년 출생, 72년 경기고, 76년 서울대 상대 졸업, 군 복무한 뒤 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석사(MBA)취득, 81년부터 20년동안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 씨티은행에서 심사역으로 출발, 딜러를 거쳐 86년에 자금담당 총괄이사, 87년 투자금융 대표, 95년 기업금융 대표, 98년 소비자금융 대표 등 은행 업무의 3대 축인 투자금융.기업금융.소비자금융을 섭렵했다.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한 河행장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듯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만들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 기준에 차이가 작지 않은데 이를 줄이겠다" 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서 주목하는 합병에 대해선 "아직 업무를 파악하지 않은만큼 언급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 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미국에서도 은행 합병이 반드시 성공한 것만은 아니라고 밝혀 합병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뜻을 내비쳤다.

외국은행에서만 근무했는데 풍토가 다른 국내 은행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河행장은 "씨티은행에서도 대부분 한국인들과 일했다" 고 받아넘겼다. 그는 씨티은행의 전 세계 직원이 20만명이며, 서울지점 직원만 1천명이 넘는데 한미은행 직원은 4천명이라면서 조직 운영에 자신이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일은행 호리에 행장이 회사채 신속인수 등을 거부한 것처럼 정부 방침에 '노' 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일차적으론 한미은행의 이익을 따져보고 나아가 전체 상황을 감안해 사안별로 검토할 문제" 라고 대답했다.

연봉은 씨티은행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시절 연봉은 1백만달러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옵션은 1백63만주로 한미은행 전체 스톡옵션의 80%며, 앞으로 5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7천3백10원. 매년 받는 스톡옵션이 32만6천주이며,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1천원만 올라도 3억2천6백만원씩 벌게 된다. 이날 한미은행의 주가는 7천8백50원였다.

한편 한미은행은 이날 오후 칵테일 파티 형식의 취임행사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河행장은 "은행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회사" 라며 수익위주의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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