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수학 실력=주식투자 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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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수학과 증권투자 실력은 비례하는가. 현물(주식)시장만 있을 때는 정비례 관계가 반드시 성립하지 않았다.

종목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당시에는 금융계와 재계의 인맥이 탄탄한 상경대 출신들이 유리했다.

그런데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의 등장으로 증권시장이 복잡해지면서 수리적인 재능이 갈수록 더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증권가에는 공대와 물리학.수학과 출신 투자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 옵션시장에서 뛴다〓S대 물리학과 출신의 옵션 전문 투자자 K씨는 1997년 옵션시장이 개장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옵션에 푹 빠졌다.

고교시절 수학경시대회에서 여러차례 1등을 한 그는 옵션의 프리미엄을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했고 가격이 왜곡됐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수천만원의 원금으로 투자를 시작한 그는 현재 2백억원대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98, 99년 2년 새 2백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증권거래소에서 옵션상품을 개발한 이용재 신상품개발팀장은 "수학적인 계산으로 옵션가격을 매길 수 있으므로 이공계 출신들이 옵션거래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 데이트레이딩에서도 두각=금융공학 벤처기업인 델타익스체인지(대표 김태완)의 트레이더 황성환씨(25)는 지난해 서울대 토목공학과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사유는 본격적인 데이트레이딩을 위해서다.

그는 올 초 메리츠증권이 주최한 실전 투자게임에서 2주일만에 4백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금 3백만원으로 1천4백37만원을 벌었다. 그는 최근 10개월동안 1천%의 수익률을 냈다.

I대 전자공학과 출신 K씨(34)는 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데이콤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외환위기 직후 전업 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98년 말 선물투자에서 퇴직금과 그때까지 모았던 돈 대부분을 잃었다.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한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이듬해 초 2천6백70만원을 모았으며, 이때부터 철저하게 데이트레이딩을 했다. 99.2000년에 12억원씩 벌었고 올 들어선 10억원의 추가수익을 올렸다.

◇ 이공계가 뜨는 이유=이공계 출신은 재무제표.대차대조표 등 각종 경영지표를 상경계 출신보다 잘 해석하지 못한다.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독자적인 투자시스템을 만들 줄 안다. 주관과 선입관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투자판단을 한다.

주가지수선물 투자로 지난해 7월 이후 매달 8%씩 수익률을 기록해온 Y씨(서울대 물리학과 졸업)는 선물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가동해 상승.하락확률을 따진 뒤 상승확률이 55%를 넘어서면 반드시 투자하는 식으로 최근 11개월 동안 월 기준으로 손실을 본 적이 없다.

데이트레이더 黃씨는 요즘 동료와 함께 주문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5초 만에 매매주문을 내는 그는 이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1초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트레이딩에서 1초는 승패를 결정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이공계 출신 K씨는 상한가 종목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K씨는 "많은 투자자들이 상한가 종목은 매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한다" 면서 "상한가 종목도 살 수 있는 종목"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오른 종목이 내일도 오를 수 있다" 며 "재료가 발표됐는데도 상한가를 기록하지 못하는 종목은 피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K씨는 상한가 종목 가운데 매도물량이 없는 종목을 '강한 상한가 종목' 으로 분류한 뒤 집중 매수한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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