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 LG텔레콤 · 파워콤' 사업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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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나로통신과 LG텔레콤, 파워콤을 묶어 컨소시엄을 만들겠다는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에 따라 제3사업자 구성이 급진전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컨소시엄 구성 방안이 상당부분 예상됐던 것이긴 하지만, 양장관의 발언 내용으로 미뤄볼 때 해당 업체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구상의 배경은 자본이나 인력 면에서 취약한 후발 사업자들이 투자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는 합종연횡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하나로통신은 한국통신과,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경쟁하기 위해 전국에 망을 깔아와 재무구조 부실을 자초해왔다.

정통부는 대도시 중심의 가입자망을 가진 하나로통신(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 전용회선)과 전국의 기간망을 중심으로 광케이블망을 갖춘 파워콤의 조합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이렇게 할 경우 두 회사가 2조원 가량의 중복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여기에 이동통신 무선 네트워크를 갖춘 LG텔레콤이 가세한 후, 이들 3자가 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을 중심으로 뭉친다면 경쟁력을 갖춘 제3종합정보통신사업자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LG텔레콤 남용 사장은 이와 관련, "컨소시엄에 합류할 외국 사업자가 컨소시엄에 투자하는 대신 LG텔레콤에 제3자 주식배정 방식으로 직접 투자하는 것을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동기식 사업을 계기로 LG텔레콤 자체의 재무구조 건실화까지 꾀하는 셈이다.

한편 LG그룹이 하나로와 파워콤을 인수해서 통합법인을 만들어 통신사업을 하는 방안도 일부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파워콤의 경우 지분 30%만 인수한다고 해도 1조5천억원(주당 3만2천원 기준)이 들며, 하나로통신은 1조5천억원의 부채와 3천억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어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LG텔레콤도 순 차입금 규모만 1조4천억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7천3백억원이나 돼 통합법인을 추진할 경우 자칫 거대 부실회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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