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강경덕 대구시 체육시설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애를 낳은 뒤의 기분이 이럴 겁니다."

지난 4년간 대구종합경기장의 건설에 매달려온 강경덕(姜敬德 ·53 ·시설서기관)대구시종합건설본부 체육시설부장.

내년 이맘때쯤이면 월드컵 경기가 화려하게 펼쳐질 대구종합경기장이 20일 개장된다.

그는 "예정보다 공기를 석달 앞당겨 대륙간컵축구대회까지 유치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아직 이 경기장의 주인인 시민들의 평가가 남아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대구종합경기장은 1997년 착공돼 3천억원이 투입됐다.

착공 당시 경기장 부지는 대덕산 자락의 포도밭이었다.

"그해 겨울 파헤쳐 놓은 땅에 눈이 내리고 바람이 몰아치자 '시베리아가 이런 곳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땅이 이제는 사통오달의 신천지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姜부장은 새삼 '건설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대구공고와 영남대 토목과를 나온 그는 69년부터 33년째 대구시의 건설인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난 30여년간 벌인 공사비용을 모두 합해도 이번 월드컵구장 건설의 절반에도 못미친다.이 경기장이 대구 사상 최대의 건조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姜부장이 월드컵구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95년 설계감독을 맡으면서부터.

이어 97년 건설본부에 월드컵구장 건설을 위한 전담팀이 만들어지면서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10개 도시가 거의 동시에 건설에 들어가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만 대구구장은 규모 ·공기단축 ·조경 등에서 단연 우위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를 그는 "한눈 팔 생각을 못 하게 한 전담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그는 현장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다.

지난해부터는 한달 한번의 휴일마저 없애고 강행군에 들어갔다.일요일마다 현장을 지키자 시공업체 간부들은 "집에서 친척 모임도 없느냐"고 물어왔다.여러 친구모임에도 일찌감치 '열외'를 선언해 놓았다.

공사중 남모르는 고민도 많았다.모두 5천t 규모의 지붕철골공사는 당초 영국업체가 설계해 외국업체에 맡기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국내 기술에 의한 시공을 감행,천신만고 끝에 외국감리업체로부터 '합격'을 얻어냈다.

이번 공사에서 그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막강한 파워를 실감했다.

"시시때때로 새로운 시설요구를 해올 때는 힘도 들었지만 서류검토보다 현장점검을 우선으로 삼는 그들의 업무태도는 본받을 만했다"는 것.

姜부장이 이번 공사에 특히 애착을 느낀 것은 그가 만능 스포츠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축구 ·테니스 ·골프 등 손을 대 보지 않은 종목이 드물고 지난해 대구공고 동문체육대회에서는 MVP로 뽑히기도 했다.

그간 시립도서관 건설 등 시내현장만 돌다 이번에 포도밭이 펼쳐진 '시골'서 4년간 지내면서 그는 시골살이의 재미도 느꼈다.

그래서 정년 이후에는 천식질환이 있는 아내를 위해 공기 좋은 시골에다 스스로 설계한 '내 집'을 짓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정기환 기자

<강경덕 부장 약력>

▶1948년 의성군 안평면 출생

▶67년 대구공고 토목과 졸

▶69년 대구시 지방건축직 9급 임용

▶73년 영남대 토목공학과 졸

▶84년 대구 수성구청 건축과장

▶94년 대구시 종합건설본부 건설1과장

▶현재까지 대구 남부·동부 시립도서관,실내빙상장 등 건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