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장관 '정·교 유착'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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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종차별 경력 의혹으로 인준과정에서 민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보수주의자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이 최근 법무부 청사내 성경공부 모임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4일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했다.

아버지.할아버지가 목사였고 자신은 독실한 오순절교 교인인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취임 이후 매일 아침 8시에 법무부 청사내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직원 3~30명 정도가 참석하는 성경공부.기도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와 법대교수를 포함한 상당수 비판자들은 장관의 신앙심은 인정하지만 정부 청사 내에서 종교적 모임을 주재하는 것은 정치.종교의 분리를 규정한 헌법과 부서장의 종교적 처신을 규정한 연방지침 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7년 마련된 '연방 근무장소에서의 종교적 행동.표현에 관한 지침' 은 "부서장.상관은 종교적 행동이나 의사표명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부서장이나 상관은 고용.해고.승진 등의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부하들은 당연히 상관의 종교적 표현을 강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슈크로프트의 측근들은 "장관은 성경공부 모임에 직원의 참석을 강요하지 않으며 이 모임은 완전히 자발적인 것" 이라고 옹호한다. 하지만 한 법무부 관리는 "만약 내가 승진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면 장관의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

애슈크로프트는 99년 인종차별로 악명높은 밥 존스 대학 졸업식에서 "미국은 종교적 원칙 위에 건설됐고 예수 외에는 왕이 없다" 고 발언한 적이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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