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잃어가는 한국경제…주력산업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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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경제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이 줄고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장의 경기(景氣)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를 끌고 갈 주력산업으로 뚜렷하게 떠오르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 진짜 걱정거리다.

환란 이후 3년 넘게 매달려온 구조조정은 아직도 완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가 더 절실하다.

구조조정은 산업경쟁력을 자동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구조조정은 산업경쟁력의 필요조건일 뿐, 먹고 살 산업을 찾아 경쟁력 있게 키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부실을 떨어내는 수술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전략을 지금 제대로 못짜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올 들어 한국의 10대 수출상품 가운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선박.자동차.기계 정도일 뿐 나머지는 맥을 못추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의 체력보강에 필수적인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1990년대의 피크타임이었던 96년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90년대 이후 우리 경제를 먹여살린 반도체처럼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새 유망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디지털시대를 이끌 정보기술(IT)등 신기술 분야에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아직 주전선수를 대체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산업정책실장은 "섬유.석유화학 등 전통 업종들은 경쟁력에 한계를 드러낸 반면 IT분야의 신산업은 기대에 못미쳐 경제 전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력산업 육성론이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빚 줄이고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이 곧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면서 "그동안 다진 체질을 바탕으로 새 전략산업을 찾아 키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아직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생산성을 한 단계 높이면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산업을 찾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기술산업실장은 "기존 주력산업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조선.정밀부품.섬유 등 5개 업종을 계속 키우고 디지털 시대를 겨냥한 정보통신.전자상거래.콘텐츠.디지털 가전.바이오 등 5개 산업을 새로이 육성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손병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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