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하수펌프 고장…폐수 상수원 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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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무인 중계펌프장의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고장나 하수관에 모인 오.폐수가 넘치는 바람에 팔당댐 하류 한강 상수원으로 20여일 동안 더러운 물이 흘러들어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매일 펌프장을 순찰하게 돼있는 자치단체는 이상 징후를 발견한 후 한번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펌프 고장 사실은 인근 지역을 순찰하는 한강환경감시대가 발견, 지자체에 통고했으며 환경부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은 12일 펌프장과 하수처리장 관리 자치단체인 경기도 남양주시장과 구리시장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발했다.

◇ 사고 발생=경기도 남양주시의 생활오수를 구리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의 일패펌프장이 지난달 19일 고장을 일으켰고 이 사실이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났다.

그러나 구리시 환경사업소측은 고장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하루 1만~1만2천t씩, 22일 동안 모두 20여만t의 미처리 오폐수가 펌프장 상류의 하수관에서 곧바로 팔당댐 하류 한강으로 흘러들었다.

◇ 지자체 책임 전가=구리시 환경사업소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폐수는 남양주시에서 오는 것이고 펌프장도 남양주시에 있기 때문에 남양주시에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했다" 고 말했다.

남양주시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1월 펌프장 준공 이후 하수처리장이 있는 구리시에서 자동으로 관리하고 있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 해명했다.

◇ 피해 우려=남양주시 펌프장에서 한강으로 곧바로 오.폐수가 유입되는 바람에 팔당댐과 서울 잠실수중보 사이에 위치한 암사취수장 등 7개 취수장이 이 오.폐수로 오염된 한강물을 그대로 취수, 수도권 주민에게 수돗물을 생산.공급했다.

◇ 대책=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하수처리장 건설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하수관 등 오.폐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과정에는 투자를 하지 않아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오.폐수가 상수원으로 유입되고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수처리장 건설에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선진국들은 하수처리장에 비해 하수관 정비에 세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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