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왜 10대 산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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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온 전자.자동차.섬유.철강.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은 최근 들어 국내외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크게 위축돼 있다. 이에 비해 21세기 디지털 혁명기를 맞아 정보기술(IT)을 축으로 한 반도체.디지털 가전.콘텐츠.전자상거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콘텐츠 산업은 문화.소프트 산업의 발전과 인터넷 확산 등에 힘입어 갈수록 각광받을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시장규모가 크고 유통.무역.금융.물류 등을 대체.통합하면서 중심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다. 자동차.조선은 글로벌화가 쉽고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조립산업이다. 섬유는 성장성은 낮지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와 무역흑자(지난해 1백39억달러로 국내 1위)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는 농업.식품.의약.에너지 등 시장규모가 큰 산업에 변혁을 가져올 유망분야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중앙일보와 삼성경제연구소는 21세기 한국을 먹여살릴 산업으로 열가지를 꼽았다. 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 가전.전자상거래.콘텐츠.자동차.조선.정밀부품.섬유.바이오가 그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호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현재의 침체 여부 또는 장래성만 갖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시장.성장성과 우리의 기술.자원 등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 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철강.석유화학.기계는 10대 산업에 들지 못했다. 철강.석유화학은 수출보다 내수 위주로 다른 산업을 뒷받침하는 위치라는 점, 기계는 일본과의 격차가 너무 큰 데다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10대 산업은 역할과 특성에 따라 다음처럼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수출이나 고용.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기준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웃도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수출 기여도가 커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산업은 반도체.정보통신.가전.자동차.조선.섬유 등이다.

둘째, 현재의 시장규모나 경쟁력은 미흡하지만 다른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분야다. 전자상거래.정밀부품 등이 그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큰 산업은 선진국과 경쟁해서라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바이오 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산업의 특징은 기술개발 자체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존의 기술 격차보다 신기술을 누가 발견, 발명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점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섬유를 사양산업이라고 한지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주요 수출산업인 데다 틈새시장을 잘 개척하면 승산이 많다" 고 말했다. 또 "무역 역조의 주 요인인 부품.소재 산업만 해도 중급 제품은 여전히 일본보다 30% 이상의 가격경쟁력이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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