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증거서류 누락…맥베이 사형집행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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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95년 발생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파사건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33)의 사형집행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절차상의 실수로 이달 16일에서 다음달 11일로 연기됐다.

FBI는 10일 사건관련 문서 중 3천1백35쪽 분량을 피고측 변호인들에게 뒤늦게 제출했다고 밝혔으며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은 11일 '정의의 공정한 집행' 을 이유로 사형집행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누락된 문서는 97년 덴버에서 진행된 관련자 진술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중 스파이' 사건으로 위신이 크게 실추된 FBI는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됐다. 루이스 프리 FBI국장을 그동안 지지해온 의원들도 지난주 의회에서 FBI의 이같은 실수를 집중 추궁했다.

상원 법사위의 찰스 그래스리(아이오와.공화당)의원은 "FBI가 종종 성과보다 대중적 이미지에 더욱 관심을 두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고 지적하고 "이 사건으로 FBI의 신뢰가 큰 타격을 받았다" 고 우려했다.

대닌 디펜버그 FBI 특별수사관은 "수사를 위해 2만8천여건의 신문이 이뤄졌으며 2만3천2백90건의 증거, 23만8천장의 사진이 수집됐다" 고 밝히고 "수사규모가 워낙 방대해 이런 실수가 발생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맥베이측이 어떻게 나오느냐다.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증거가 확실하고 누락된 문서에 이를 뒤집을 만한 내용이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맥베이가 항소권을 행사할 경우 판결이 번복되지는 않더라도 형집행이 상당기간 연기될 수 있다.

희생자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미국의 법적 정의는 가해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 고 항의하며 애슈크로프트의 형집행 연기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티모시 맥베이의 동생인 제니퍼 맥베이가 성을 힐로 바꾼 채 노스캐롤라이나주 웨딩튼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맥베이의 사형집행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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