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알라딘 조유식, '아이코' 정진영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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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의 조유식(37)대표와 무선 콘텐츠 업체인

아이코(http://www.ico.co.kr)의 정진영(37)대표는 부부다. 한 회사에서 하건 각자 회사를 차려 따로 하건, 비즈니스를 함께 하는 부부가 꽤 있지만 조-정 커플이 유독 눈길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이후 조대표는 북한에도 몰래 다녀오는 등 '주사파' 로 활동한 전력 때문에 99년 구속됐다가 '반성문' 을 쓰고 풀려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정대표 역시 '운동' 을 했지만 몇 차례 구속된 남편과 달리 "운이 좋았던지 요리조리 빠졌다" 고 말한다.

두 사람은 사회에 진출한 뒤 차례로 인터넷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정대표가 두 곳의 직장생활을 하다 먼저 창업했고, 월간지 기자를 하던 조대표는 미국 UCLA에서의 6개월 유학기간 중 인터넷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기업 경영에 관한 두 사람의 생각도 남다르다. "돈을 버는 과정도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건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대표에게 먼저 물어봤다.

- 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나.

(조) "대학 때는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포철 같은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큰 기업을 경영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그는 '말'지 기자 출신이다) 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결혼 직후인 98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현지 사람들이 e-메일을 자주 쓰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반드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서점을 하게 된 것은 당시 유망분야로 꼽히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나마 아는 것이 책이었기 때문이다. 유통은 몰랐지만 인터넷 서점이 내 취향이나 성격에 맞았다. "

- 부부가 함께 인터넷 사업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나.

(정) "남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업무상 연결될 일이 많지 않다. 알라딘은 편집과 유통 인력이 많고, 아이코는 통신사업자와의 비즈니스가 많아서 겹치는 부분이 적다. "

(조) "예전에는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면 대부분 상호의존적이었지만 지금은 대개 상호독립적이다. 세태가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면에서는 도움을 주고 받는다. 이를테면 기업 경영과 관련한 자세 등이다. 일상 업무에선 상호 독립적이고, 그게 편하다. "

- 알라딘은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는데.

(조) "사이트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고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려 했다. 서평의 양과 질을 차별화했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처음으로 키워드 체계에 따른 책 분류를 했다. 최근에는 무재고체제로 경영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경기도 파주로 옮겼다. 우리가 도입한 콘텐츠나 분류법은 다른 업체들이 대부분 따라 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서점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

- 아이코의 경우 경쟁업체가 많아 차별화가 쉽지 않을 듯한데.

(정) "우리 경쟁력은 콘텐츠의 유선.무선 전환을 쉽고 빠르게 한다는 데 있다. 아이코는 각종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맞게 제공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게 아니라 타깃에 맞게 상품화해 마케팅을 하는 역할이다. 애니메이션도 1년 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프랑스와 캐나다 업체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68억원 규모의 TV시리즈 26부작이 내년 말 완성될 예정이다. "

- 책 할인판매와 관련,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조)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 오프라인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의 판매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업체간 출혈경쟁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책값 할인율은 평균 20%인데,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선에서 시장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

- 회사가 점점 커가는데 돈을 벌면 어떻게 쓸 생각인가.

(정) "매출은 작년에 30억원이었고, 올해는 70억원 정도 될 것이다. 이익은 매출의 10~15% 정도다. 기업이 커져서 스스로 굴러갈 때가 되면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문화사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투자하고 싶다. "

(조) "사회에 실속있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하나 찾아볼 생각이다. 돈을 버는 과정도 중요하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작년에 매출 8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 2백30억원.순이익 8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2004년에는 매출 1천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

유규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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