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여성, 우울증 잘 오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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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일러스트=강일구

“약먹고 있어요. 허구한 날 늦게 오니 우울증이 안 올 리가 있나요. 방치하면 심각한 병이라기에 병원왔고요. 그래도 약먹으면 잠도 잘 오고 좀 많이 괜찮아요.”

여성은 일생을 살면서 흔히들 말하는 우울증을 많이 경험한다.

대표적인 예로 생리 전후에 급격한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도벽이나 성적 충동이나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해지며 기분이 변덕스럽게 되는 무드 장애도 올 수 있지만, 일부 여성에게는 무기력하고 기분이 한없이 저하되는 우울증 상태가 오기도 한다.

출산을 무사히 마치고 수유를 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호르몬의 변화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산후 우울증에 빠져 생을 비관하고 스스로의 산후 관리나 갓난 아이의 양육에 소홀히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심각한 경우 동반자살을 하기도 한다.

중년을 넘어 여러 호르몬 균형이 깨져갈 무렵 불현듯 권태와 무기력이 심해지며 매사에 의욕이 없는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폐경기 이후까지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약한 것은 의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호르몬의 영향 탓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는 월경 직전이나 출산 후 여성호르몬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기에 심각한 산후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갱년기 역시 여성호르몬이 불안정한 시기라 우울증에 취약한 것이다.

여성들은 우울증을 예방하는 세로토닌을 남성보다 52%나 덜 생산한다는 것도 기억해야한다. 뇌의 세로토닌 농도는 사회적인 강한 성취감이나 게임의 승리, 사냥감을 획득한 듯한 스릴있는 쾌감, 승진이나 보너스 획득 등에서 크게 향상되고 별 변동없는 일상을 보내는 가정 주부 같은 여성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의 양육에 대한 소소한 걱정거리나 저녁 찬거리에 대한 고민 등은 세로토닌 농도를 확 끌어 올릴만한 집중력과 짜릿한 우월감을 경험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전통적인 사냥꾼인 남성들은 사냥터 대신 근무지에서 집단활동을 하며 의리를 배우고 서열을 정하며 사냥하듯 승진과 성공과 재화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뇌 속에서 왕성하게 세로토닌을 분비해내고 그 덕에 우울증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여성호르몬의 결과인 우울증은 사회생활에서 소외될수록 격렬한 연대의식과 집단활동에서 경험되는 짜릿한 성취감 등이 느껴지지 못할 때 더 잘 찾아올 수 있다.

여기에 남편의 무관심이나 여성의 몸에 대한 무지, 늦은 귀가, 외도나 성적 소외 등의 정서적 충격은 우울증에 불을 붙여 약 없이는 편히 잘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함께 인생의 사계절을 겪어가는 올바른 동반자로서 남성의 역할이란 여성호르몬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 이라 하겠다.

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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