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학생간 리포트 표절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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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에서 학생과 교수 사이에 리포트 표절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학생들이 웹사이트의 정보를 통째로 리포트에 옮기거나 전자 메일로 다른 학생의 리포트를 고스란히 베끼는 행태가 확산되자 교수들이 표절 여부를 검사하는 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버지니아대 물리학과의 루이스 블룸필드 교수가 학생들이 낸 리포트 중에서 서로 6개 이상의 단어가 일치하는 문장이 들어 있는 것을 골라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천8백개의 리포트 중 1백22건의 표절 사례를 적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버지니아대는 이같은 결과가 알려지자 문제의 리포트를 낸 학생들을 모두 불러 조사한 뒤 표절이나 도용이 확인될 경우 제적 처분까지 내릴 방침이다.

또 최근 UC버클리대의 한 생물학 교수도 컴퓨터 회사들이 개발한 표절 확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이 낸 3백40개의 리포트 중에서 45개가 표절된 것으로 확인했다.

버지니아대 블룸필드 교수는 "예전에는 표절을 하려면 친구들에게 구걸하다시피 리포트를 빌려 일일이 타자로 쳐야 했으나 요즘 학생들은 클릭 몇 번만으로 일을 끝낸다" 고 개탄했다.

지난해 미국의 21개 대학 2천2백명의 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10%의 학생이 리포트에 다른 사람의 글을 따온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약 5%의 학생은 글을 거의 통째로 베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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