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칸 개막작 '물랭루주' 주인공 니콜키드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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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할리우드 특급 스타인 니콜 키드먼(33)이 이름값을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제54회 칸영화제에서 그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9일 개막작으로 공개된 '물랭루주' (바즈 루만 감독)의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키드먼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그만의 뇌쇄적인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 회견 도중 '물랭루주' 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이완 맥그리거의 담배를 장난삼아 빼앗아 피우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한창 영화를 찍고 있던 올초 톰 크루즈와 이혼한 데 대해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고 하자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내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고마운 질문" 이라며 웃어 넘겼다. 그리곤 "이 영화가 그 동안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고 말했다.

'물랭루주' 는 1899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밑에 있는 사교클럽인 물랭루주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키드먼은 정상급 배우를 꿈꾸는 비운의 뮤지컬 가수인 사틴을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 키드먼은 특유의 관능적 미모로 무대를 사로잡는가 하면, 비장함이 가득한 얼굴로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남다른 가창력과 활달한 춤솜씨도 뮤지컬 배우로서 손색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어요. 제 몸이 약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체력이 많이 달렸거든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정말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뮤지컬 영화에 재도전하고 싶지만 몸을 추스르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갈비뼈와 무릎을 다쳤다. 때문에 차기작으로 예정됐던 '패닉 룸' 의 여주인공 역을 조디 포스터에게 양보해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노래를 꼽아보라는 주문엔 "맥그리거가 부른 엘튼 존의 '유어 송' 을 6백번이나 들었다" 고 대답했다.

그는 남편과 헤어진 충격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듯 "그동안 나와 함께 마음의 여행에 동행해 준 루만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고 말했다. '물랭루주' 는 다음달 초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칸=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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