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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대신 약수?… 둘 다 끓여야 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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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수돗물에서 장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도 이후 마시는 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돗물을 기피하면서 생수나 약수를 찾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는 물과 감염병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물에 장바이러스가 있다고 해서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라며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은 바이러스가 일정농도 이상 존재해야 발생하며 개개인의 면역상태에 따라 발병 여부에는 차이가 많다" 고 설명한다.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감염병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려면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의 주민에게서 정말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많이 발생했는지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

장바이러스는 70여종 이상 있는데 주로 어린이에게서 발병한다. 대표적으로 수족구병과 봄부터 여름에 걸쳐 유행하는 무균성뇌막염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수돗물 대신 마시는 약수물이나 생수는 안전할까. 지난 93~97년 사이에 북한산.수락산 지역의 약수물에서 예르시니아 균을 검출한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임상병리과 백인기 교수는 "예르시니아 균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약수물 검사 항목에 빠져 있는 미생물" 이라며 "이외에도 다른 미생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고 말한다.

예르시아균은 동물 배설물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오염될 수 있는데 감염되면 주로 설사.복통을 동반하는 장염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급성신부전에 빠지기도 한다.

생수도 현재 수돗물 검사에 사용되는 중금속 및 먹는물 기준 47개 항목에 대한 검사만 할 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러스검사는 시행하지 않는다.

오교수는 "95년 당시 미국에서 시판되던 모든 생수를 검사한 결과 면역기능이 약한 에이즈(AIDS)환자가 마셔도 안전한 제품은 단 한개뿐이었다" 면서 "우리나라도 생수를 누구나 그냥 마셔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바이러스검사 등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고 지적한다.

다행스런 것은 이 모든 우려가 끓인 물을 먹으면 해결된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의대 소아감염학 이환종 교수는 "수돗물.약수.생수 모두 끓여 먹으면 미생물에 감염될 걱정이 없다" 면서 "특히 면역능력이 떨어진 어린이.노약자는 찬물을 그냥 마시지 말고 물을 끓인 후 냉장고에 보관한 후 마실 것" 을 권장했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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