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맘때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월드컵축구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거 알고 있죠□ 올림픽 다음으로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축구대회죠.
월드컵은 4년에 한번 세계 32개국의 축구 선수들이 5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각축을 벌이는 대회지요. 아버지나 삼촌이 밤새워 TV를 보면서 열광하던 일을 아마 기억할 거예요. 그런데 월드컵의 뒷면에선 스포츠 열기 이상으로 뜨거운 경제현상이 벌어진답니다.
◇ 눈에 보이는 경제효과=정부가 세운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월드컵의 경제효과는 생산유발 효과가 7조9천9백61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24만5천3백38명에 이릅니다. 조금 어렵죠? 차분히 따라 읽어보세요.
생산유발 효과란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만들 때 여기에 필요한 시멘트.철근 등 각종 원료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것 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경기장.숙박시설 등 월드컵 경기에 직접 필요한 시설을 짓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쏟아붓는 돈(투자지출)이 1조6천여억원,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쓰는 돈과 대회조직위원회가 운영에 쓰는 돈(소비지출)이 7천9백여억원입니다.
생산유발 효과는 이같이 쏟아부은 돈(투자지출+소비지출)의 3.3배 가량인 7조9천9백61억원이나 됩니다.
고용창출 효과란 말 그대로 건설이나 경기운영에서부터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월드컵 경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정도를 말하는 겁니다.
◇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효과=앞에서 말한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성격이지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더욱 커요. 물론 대회를 잘 치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축구경기장 가장자리에 옆으로 길쭉하게 있는 광고간판을 본 적이 있지요□ 축구경기 중계 때 하는 TV 광고도 물론 있고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TV를 통해 우리 기업과 도시.국민을 홍보하는 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각국이 월드컵 대회를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랍니다.
월드컵을 통해 전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효과도 빼놓을 수 없지요. 우리나라 선수가 골을 터뜨리면 새벽 한두시에도 동네 곳곳에서 함성이 터지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월드컵의 경제효과에 대한 글을 쓴 한국개발연구원의 장준경 박사는 "경제위기 이후 추락했던 우리나라의 신용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 라며 "더불어 지금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대회를 준비함으로써 국민 재결속의 계기를 가질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잘 마무리하면 국제사회에서 정치.외교적 지위가 향상돼 결국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지요. 물론 월드컵대회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질서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효과는 거꾸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 스포츠 마케팅=아무튼 이같은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 때문에 세계의 각 국가와 도시는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려고, 기업들은 후원 회사가 되려고 필사적으로 경쟁한답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한 분야에는 한 업체만 공식 후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웨어 분야에서는 아디다스가 계속 후원사를 맡고 있지요. 이 때문에 코카콜라.맥도널드.마스터카드.버드와이저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만이 공식 후원사가 될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주최하기 때문에 다행히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이 처음 공식 후원사가 됐습니다. 후원사가 되면 축구장 광고뿐 아니라 월드컵 이름을 딴 상품, 관련 이벤트 등을 통한 마케팅을 할 수 있어 홍보효과가 매우 큽니다.
현대자동차 수출판촉팀의 이병호 부장은 "지난해 유로2000 후원에는 2천만달러를 투자해 7억달러의 광고효과를 봤다" 며 "월드컵은 서너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개 업체가 공식 공급업체라는 형태로 후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각종 홍보와 마케팅을 국내로 한정하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선정되지 못한 업체들은 '월드컵 특수' 에 한몫 끼기 위해 갖은 편법으로 월드컵 관련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을 벌인답니다. 이같이 스포츠와 관련한 마케팅 활동을 '스포츠 마케팅' 이라고 하지요.
최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