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하천 복개 시비 사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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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액의 시비(市費)를 들여 특정업체에 큰 혜택이 돌아가는 하천 복개공사를 해서는 곤란합니다."

구미 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구미 1공단내 LG전자 앞을 흐르는 하천을 복개하려는 구미시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성명서에서 "복개공사는 특정회사의 단독민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경우여서 특혜시비가 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업은 하천의 생명력을 죽이는 복개사업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방침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복개 대상은 LG전자와 동부한농화학 옆을 흐르는 길이 9백20m,너비 3m 하천으로 1공단내 수많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모이는 곳이다.이 폐수는 관로를 통해 3공단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처리된 뒤 낙동강으로 보내진다.

구미시는 해당 하천을 1단계 LG앞 4백30m,2단계 한농앞 4백90m로 나눠 2003년 완공예정으로 내년 4∼5월쯤 착공할 계획.추정사업비는 6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시의회 추경예산안으로 상정한 설계용역비 1억5천만원은 삭감됐다.10억원 이상 사업은 예산낭비 여부 등을 따지는 투 ·융자 심사대상인데도 사전에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구미시는 이에 따라 다음달 다시 투 ·융자 심사를 거쳐 설계용역비를 재상정,예산을 확보해 착공할 계획이다.

시의 이같은 계획은 LG전자의 민원 때문.LG전자는 수년전부터 하천에서 악취가 심한 데다 여름철이면 벌레 등이 들끓어 위생환경을 해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국내외 바이어와 손님 방문시 구미공단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정문이 다른 쪽으로 나 있는 한농은 별다른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이 하천의 나머지는 거의다 복개돼 있다.

경실련 조근래(趙根來 ·39)사무국장은 "복개하면 하천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LG전자는 정문을 다른 쪽으로 옮기고 기업체들이 하천변에 나무를 심거나 오염이 덜한 폐수를 배출해 악취 ·미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상하수과 한석철(韓錫哲 ·47)씨는 "사업비가 많이 들어 LG전자 등에 일부 사업비를 부담시켜 연차적으로 복개,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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