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 배경 영화 '세 개의 보석…'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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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스라엘 가자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배경으로 한 '세 개의 보석 이야기(Tale of the Three Jewels)' 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큐멘터리와 팬터지를 결합한 영화로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셸 클레이피 감독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냉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까발리면서도 동심의 순수함과 사랑, 그리고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해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1995년 이스라엘군의 총격이 난무했던 헤브론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가자 지역에서 촬영한 최초의 극영화다.

가자지구에 사는 12살 소년 요세프는 집시 소녀 아이다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까지 맹세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아이다의 할머니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잃어버린 보석 세 개를 찾아야 하는 것.

요세프는 친구와 함께 아메리카로 건너가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며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요세프의 아버지는 인티파타(저항운동)에 가담한 이유로 옥살이를 하고 있고 무장운동을 하던 형도 이스라엘군에 쫓기는 몸이다.

요세프가 꿈을 이루기 위해 이러저리 다니는 곳마다 총질과 돌팔매질이 이어진다. 이같은 분쟁의 아수라장 속에서 요세프의 꿈은 좌절에 맞닥뜨리게 마련이다.

클레이피 감독은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줘야 할 것을 다 챙기고 있다. 순박하기만 한 아이들의 사랑이 영글어가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바닥에 깔린 비참한 현실과 민족의 울분은 눈물겹고 비참하기만 하다.

촬영이나 편집 그리고 대사들이 다소 거친 맛이 없지 않지만 가자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실감나는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후반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 요세프가 다시 '부활' 하는 장면은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잘 함축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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