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역사책 편찬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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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천안시 공무원들은 지난 3일부터 관내 관공서.교육기관 등을 돌며 지난해 배포했던 시(市)발행 역사책 '천안백년변천사' 를 회수하느라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은 시가 천안문화원장 등 편찬위원 5명을 위촉, 2천3백여만원을 들여 근.현대 1백년동안 천안에서 일어난 1백대 사건을 뽑아 서술한 것.

그러나 지난해 10월 출판되자 마자 "4년전 발간된 천안시지(誌)를 베끼면서 틀린 곳까지 그대로 옮겼다" (백승명 직산위례문화연구소장), "동학군 '궤멸' 이라는 반민족적 용어를 사용했다" (천안시민포럼.천안농민회)등의 오류.왜곡 주장이 잇따랐다.

청일전쟁 발발 연도와 독립기념관 개관 연도 등 기본적인 사실이 틀리는가 하면 36쪽에서는 오자가 네군데나 발견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성의없이 만든 책" 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시민단체들이 집필자 등 편찬관련자들과 시민단체 간부.향토사학자와의 공개평가회를 제의했으나 시는 "단순 오류를 갖고 책 전체를 폄하해선 안된다" 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러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이슈화되면서 천안백년변천사 오류시비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전격 회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천안백년변천사는 1백년에 한번씩 만들어질 책이다. 적당히 짜깁기 해서 6개월만에 뚝딱 나올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는 이번 회수뒤 수정본 발간할 계획이다. 다시는 '역사에 대한 경외심과 내고장에 대한 자부심' 에 흠결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조한필 전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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