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원 워크숍] DJ 스타일 변화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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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심 불만' 을 수습하기 위해 모인 11명의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7일.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는 '결단(決斷)' 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의약분업, 공교육의 정책혼선과 4.26 재.보선 패배, 4월 임시국회 후유증으로 헝클어진 국면을 재정비하려면 '중대한 선택' 이 불가피하다는 여권의 위기감이 배어 있었다.

정책 선택의 실기(失機)가 지적됐다. 이인제(李仁濟)위원은 "새만금사업이나 대우차.한보철강 등의 경제문제를 놓고 관료들이 위험부담을 회피하고, 결단의 시기를 놓쳐 국민이 불안해 한다" 고 지적했다.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볼 필요가 있다" (鄭東泳위원)는 얘기가 이어졌다. 김기재(金杞載)위원은 "운동경기도 잘 안 풀리면 '타임' 을 불러 경기흐름과 작전.멤버를 바꾸지 않느냐. 지금은 정국의 흐름을 바꿔야 할 때" 라고 주장했다.

국정운영의 결단 촉구는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정대철(鄭大哲)위원은 "金대통령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고 대통령만 쳐다보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권한을 위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지 않아 민심수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는 논리를 덧붙였다.

鄭위원은 "정치는 선택이다. 누구에게나 잘하겠다는 스타일은 야당 때는 몰라도 이제는 피해야 할 자세" 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개혁 정비론' 이 민심 수습의 대안으로 집중 거론됐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매듭짓자" (김근태위원), "이젠 3년간 해온 일에 대해 면밀한 평가를 하고 대책을 수립할 때" (韓和甲위원)라는 내용이었다.

동교동계 핵심인 韓위원은 특히 "개혁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비춰지는 개혁이라는 용어는 그만 쓰고 대신 변화라는 말을 썼으면 좋겠다" 고 해 국정기조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미 당내에서는 개혁 마무리.정비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교감하고 있는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은 물론 초.재선의원들 사이에서도 "집권 후반기에 개혁을 확대하면 국민적 피로감만 가중시킨다" (劉容泰.咸承熙의원)고 강조한다.

여권 관계자는 "개혁 마무리론은 집권 후반기에 있는 金대통령에게 정책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설정해 그것에만 집중해 달라는 건의" 라면서 "이는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변화와 연결돼 있는 문제여서 여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고 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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