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남북대화 재개 빠른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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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부는 지난 3월 13일 5차 장관급 회담 무산 이후 사실상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등 관계부처가 설정한 목표시점은 이달 하순.

고위 당국자는 7일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남북대화 소강상태가 더 이상 장기화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정부 판단" 이라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대북지원 비료(20만t)의 수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5월 말께 어떤 형태로든 회담테이블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도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는 이달 말을 전후해 북측과 차관보급 고위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이런 분위기와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준비 등을 계기로 남북대화도 자연스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일부터 평양과 서울을 연쇄 방문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통해 전달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대미.대남 화해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2003년까지 유예하겠다는 언급에 미국과 대화의지가 충분히 녹아 있다는 것.

게다가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50만t)에 대한 감사의 뜻을 金위원장이 직접 거론한 것은 남북당국 회담의 재개에 청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金위원장이 서울 답방문제를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연관시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여전히 미국측 움직임에 민감한 모습이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대화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이봉조(李鳳朝)통일정책실장은 "金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북.미와 남북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기대에는 다소 미흡한 것이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좋은 평가를 재차 언급하는 등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실현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고 강조했다.

답방문제에 앞서 정부는 우선 당국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대북 비공개 접촉라인도 활발히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北京)채널 등을 통해 "남북당국간 회담을 조속히 진행하는 게 북.미관계의 발전에도 유익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

앞서 지난 3월 서울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북측을 설득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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