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구지공단 표류로 대구 공장용지난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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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역경제 활성화도 공장 지을 땅이 있고 나서야 가능한 얘깁니다.”

대구시 달성군 옥포농공단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H산업 최모(44)전무는 요즘 제2공장 부지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출거래선 확장에 나선 덕분에 생산량을 곧 50% 이상 늘려야 할 형편이지만 대구지역에서는 공장용지 공급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중 대구에서 땅을 구하지 못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과 거리가 가까운 경기 남부지역이나 충남지역에 제2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대구의 산업용지 부족난이 목에 차 있다.

“위천국가공단 ·구지공단 등의 조성이 10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1998년 무렵부터 공장부지 부족난이 현실화된 때문이다.

덕분에 대구는 현재 전국에서 미분양 공장용지가 한평도 없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기존공단내 지원시설용지 등 자투리땅까지 용도를 바꿔 공급에 나섰으나 부족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공고된 성서공단내 월암송신소 터 1만4천평에 대한 공급신청도 50개 업체가 8만여평을 요구해 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청이 몰릴 것을 예상,외국자본을 유치한 자동차부품업체로 신청자격을 제한했음에도 수요가 몰려 입주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성서공단내 지원시설용지 3만2천평을 반도체 등의 첨단기업단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35개업체가 7만여평을 신청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단을 새로 조성하는 데는 빨라도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내 풀릴 전망이 거의 없다.

대구시가 지난해 위천공단 조성을 전제로 한 수요조사에서도 1천7백50개 업체가 입주를 희망,1백57%의 수요 초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구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외 대기업이나 외국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공장용지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대구는 지난 한해 7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등 외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투자문의에 ‘좀 기다려달라’고 답하기 일쑤”라는 것이 대구시 관계자의 말이다.

해법은 위천국가공단과 구지공단에 달려 있다.

2백10만평 규모의 위천공단은 부산 ·경남 등 상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낙동강 하류 지역민들의 반대로,82만평 구지공단은 조성 주체였던 쌍용자동차의 부도 등으로 각각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앙 ·지방간 산업생산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위천국가공단 문제에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정원재 시경제정책과장 인터뷰>

사진=조문규 기자

<정원재 시경제정책과장 인터뷰>

<정원재 시경제정책과장 인터뷰>

““국가산업단지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 대구입니다.”

대구시 정원재 경제정책과장은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위천국가공단 등 대구의 공장용지 부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장용지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외국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지역업체들의 신 ·증설 수요도 받아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지역에서도 기술 우위의 업체를 중심으로 연관산업 신규투자 등 용지수요가 적지 않으나 본의 아니게 지역 외로 유출시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단기적인 대책은.

“구지공단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현재 쌍용측과의 매각협상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올해안에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위천공단 문제도 더이상 결정이 늦어질 경우 지방공단으로 개발방향을 바꾸는 등 자구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공장용지 개발에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은.

“현재 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극히 열악하다.국가공단이든 지방공단이든 진입교통로 ·용수확보 ·환경시설 등 투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공장용지 부족으로 지방의 기업마인드가 위축된다면 중앙과 지방간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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