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투자자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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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일부 건설업체들이 서울지역 중층(10~14층)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조합원과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수주전이 가열되면서 연간 경상이익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한 단지에 투입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시공사 선정 뒤 말을 바꾸는 것도 예사다.

터무니 없는 공사비를 제시해 부실 공사의 소지가 있는 단지마저 생겨나고 있다. '시공사 선정〓재건축 본격화' 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묻지마 투자' 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나컨설팅 백준 대표는 "시공사들이 지키기 어려운 용적률과 완공시기 등을 내걸고 있다" 며 "중층 재건축의 경우 수익성 악화→시공권 포기→사업지연→조합원 피해의 순서를 밟게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 용적률 부풀리기〓올들어 강남 잠원.청담.서초동 등지의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주택업체들이 제시한 용적률은 2백80~2백95%. 올 상반기 중 시공사를 결정하는 6~7개 단지도 대부분 이 수준의 용적률을 내놓은 업체를 시공자 선정투표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이달 중순 시공사를 정하는 송파구의 H아파트는 최고 2백96%까지 제시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조례 개정을 통해 서울시내 주거지(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2백50% 이하로 묶었다. 건립 규모 3백가구 이상 또는 부지면적 1만㎡ 이상의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도록 해 공원ㆍ학교 확보는 물론 층 높이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용적률 2백50%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도로.공원용지 기부체납 조건으로 20%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해도 주택용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큰 이익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내거는 용적률 조건은 법정 한도를 넘어선 것" 이라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수주한 뒤 말 바꿔〓시공사가 수주후 당초 제시한 조건을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시공사를 정한 서초동의 한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7천5백만~8천4백만원이었으나 시공사가 1억3천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사업성을 맞출 수 있다고 말을 바꾸는 바람에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분쟁의 피해는 대개 조합원이 보게 된다. 용적률이 강화돼 당초 기대했던 수익이 안 나와 결국 조합원이 돈을 더 내야 한다.

33평형을 갖고 있는 조합원이 새 아파트 43평형을 원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가구당 2억원을 웃도는 것은 다반사다. 사업 지연 등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생각하면 채산성이 없는 단지도 적지 않다.

◇ 부실시공 우려〓A건설은 대치동 J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평당 2백52만원에 수주했다. 주변의 재건축 단지에 비해 평당 50만~60만원이 싸다. 이 공사비로는 당초 제시한 품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사는 또 경기도 의왕시 대우사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도 다른 업체들보다 평당 27만원이 낮은 1백93만5천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정한 공공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 2백4만원보다도 낮다. 공공임대주택은 마감재 수준이 민영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내건 공사비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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