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가동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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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1공장 생산라인이 멈춰 서 썰렁한 모습이다. [프리랜서 오종찬]

22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제1공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천정에 매달린 디지털시계의 불빛만 깜박이고 있었다. 전등을 켜자 육중한 장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공장의 한 쪽 길이가 400m가 넘어, 축구장 4~5배 크기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전부 멈춰 있어, 제품은 찾아 볼 수 없다. 평소 같으면 4조 3교대 근무로 24시간 풀 가동하는 곳이다. 제1공장 제조1부의 조기철 차장은 “바삐 일손을 놀려야 할 시간에 공장이 텅 비고 나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의 광주1공장과 곡성1공장이 원재료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돼 공장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노사협상 지연으로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이 미뤄지면서 원재료가 바닥나 전날 오후 3시부터 광주와 곡성의 1공장을 휴업했다. 이들 공장은 천연고무가 많이 투입되는 트럭·버스용 대형 타이어 100여종을 생산해 왔다. 이 회사는 광주와 곡성에 각각 1,2공장을 두고 있다. 주로 승용차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광주·곡성의 2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휴업한 공장의 생산비중은 전체의 37%(중량 기준)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하루 20여 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생산라인이 멈춤에 따라 근로자 791명이 이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가동 중단은 이달 31일까지며 다음달 1일부터 20일까지는 50%만 가동한다. 그 이후는 정상 가동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달 말 채권단과 양해각서 체결,그리고 4월 2일 1199명의 정리해고 시한을 앞두고 25일까지는 노사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가 노사협상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1차로 요구하는 구조조정 동의안 제출이 늦어지고 노사교섭마저 늦춰질 경우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상 해고를 통보한 193명에 대해선 조만간 대기발령 조치할 것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내부 교섭위원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새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해 노사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한 간부는 “회사가 파업을 유도해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지만 파업 돌입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노측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교섭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이모(41)씨는 “경영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떠 넘기려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지지만 노사 양측을 믿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 동안 노조는 기본급 10% 삭감, 상여금 100% 반납, 복리후생비 중단 및 폐지 등을 담은 협상 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기본급 20% 삭감, 임금 3년 동결, 상여금 200% 삭감 등을 받아들이면 인력 구조조정을 철회한다는 수정안을 내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글=천창환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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