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궁예의 최후'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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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왜 그리 욕심을 부렸는지. 허허허. 이렇게 덧없이 가는 것을, 이렇게 가는 것을…. "

4일 오전 10시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도립공원 내 주흘산 용추계곡, KBS1 TV 대하사극 '태조 왕건' 야외 촬영 현장. 그동안 극을 이끌어온 극중 궁예(김영철)의 최후장면 촬영이 시작됐다. 역사서에 따르면 궁예는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민가에서 밥을 훔쳐먹다 농민들에게 맞아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극중에서는 끝까지 위엄을 잃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맞은 것으로 처리됐다.

홀로 상념에 잠겨 있던 궁예는 자신을 밀어내고 권력을 장악한 의형제 왕건(최수종)을 불러 "아우, 내가 못다한 북벌을 그대가 이루어야 할 것이야. 대제국을 이루시게" 라는 유언을 남겼다.

궁예는 옆에 있던 은부장군(박상조)에게 "이제 그만 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라는 말로 최후를 부탁했고 은부장군은 "폐하 용서하소서" 라며 칼을 휘둘렀다. 왕건은 쓰러진 궁예를 부둥켜 안았다.

궁예를 야심과 카리스마를 갖춘 군주로 재해석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영철씨는 이날 연기 도중 계속 눈물을 흘렸으며, 이 때문에 몇차례 다시 촬영해야 했다.

김씨는 "대사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이 났다. 최후를 전해진 바와 다르게 묘사한 것은 '패자의 입장에서 보는 역사' 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주기 바란다" 고 설명했다. 궁예의 최후 장면은 오는 20일 방영된다.

담당 김종선 PD는 "이제부터는 왕건과 견훤의 대결 구도가 흥미를 더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문경=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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