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결산] 고교야구 평준화 뚜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고교야구 전통의 명문을 자랑하던 팀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이름도 생소한 성남서고가 결승에 올랐고, 서울시 예선에서 막차로 본선에 합류한 한서고가 8강까지 진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마지막 고교대회였던 제30회 봉황대기 우승팀 진흥고는 올 시즌 첫 고교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전국대회 10연승을 구가하며 절대 강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제3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는 25경기 가운데 11경기가 1점차 승부였고, 18경기가 3점차 이하로 승패가 갈라졌다. 고교야구가 전체적으로 평준화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고교야구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 전국대회 우승의 단골 손님이었던 경북고와 광주일고는 아예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대구상고.천안북일고.동산고 등은 1회전에서 탈락했다.

또 경남고는 8강전에서 성남고에 15 - 0, 5회 콜드 게임으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더 이상 고교야구에 '전통의 강호' 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부산고가 4강까지 올라 그나마 명문의 전통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전력 평준화는 학생 선수들이 더 이상 명문교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또 96년 8월 아마야구가 프로 출신의 지도자를 받아들인 것도 한몫 했다.

올해 25개 참가팀 가운데 프로 출신 감독이 지휘한 팀은 10개교로 지난해 8개교보다 2개팀이 늘었다.

한편 대회에는 1만9천1백11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 하루 평균 관중 2천명을 약간 웃돌았다.

지난해 2만5천여명의 관중을 동원했던 대통령배 관중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나란히 4강까지 올랐던 인기팀 덕수정보고와 선린인터넷고가 올해는 각각 1, 2회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