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밀라노 프로젝트' 풀어야 할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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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밀라노 프로젝트는 그 이름만큼이나 청사진이 화려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당초 관(官)주도로 시작돼 관련업계의 참여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다. 궁극적으로 밀라노 프로젝트의 주체가 되고 그 성과를 나눠야 할 업체들은 상당수가 "불경기로 당장 발등에 불을 끄기도 급한데 무슨 5개년 계획이고 기술개발 투자냐"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종업원 5인 이상인 1천여개의 대구 직물업체 중 75% 정도가 메이저 업체들의 하청생산을 하는 단순 임직(賃織)업체인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업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고 적절한 지원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 원단산업이 아닌 패션.디자인산업을 일으켜 대구를 아시아 섬유시장의 쇼윈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인 만큼 새 분야에 대한 치밀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국내외 패션업체들의 유치가 과제다.

수도권에 대부분 몰려 있는 패션디자이너와 패션업체들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가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늠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적인 투자도 관건이다. 현재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돼 있는 17개 사업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가 미약한 상태여서 2003년 이후 국비나 지방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업체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李廷寅)지역연구실장은 "밀라노 프로젝트는 한번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최소한 15년 이상은 계속해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며 "중앙정부가 국가전체의 섬유관련 산업 진흥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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