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딱딱한 과학' 벽을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대덕연구단지와 벤처기업의 요람인 대덕밸리가 있는 과학도시 대전에는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는 숨은 일꾼이 많다.

순수하게 과학을 좋아해 모인 과학동호회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대전시민들에게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과학체험의 기회를 준다는 게 동호회 설립 취지다.회원들은 초 ·중 ·고교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1∼2개월에 1회 정도 모여 각종 실험과 실습을 하는 등 순수과학모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계란 껍질속에서 병아리 심장이 뛰고 있네."

지난달 28일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의 정보통신관 앞 거리광장.대전시내 초등학생부터 학부모 ·일반시민까지 1백72명을 회원으로 갖고 있는 '생명의 신비회'(회장 유관희 충남대 생물학과 교수 ·50)에서 '계란이 닭이 되는 과정 관찰'이란 전시회를 갖고 있다.

회원들이 부화일이 경과함에 따라 변하는 계란 속의 모습을 보여주기위해 날짜별로 10여개의 계란을 전시하고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몰려든 꼬마들은 유리판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된 계란을 이리저리 살피며 연신 질문을 쏟아낸다.

또 바로 곁에는 '무선조종 체험회'(회장 국중선 대한민국항공회 대전시지회 부회장 ·49)회원 30여명이 조종하는 모형 헬리콥터와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다.이 모임 역시 대전지역 남녀노소가 골고루 가입한 시민 동호회(회원수 1백58명).

국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구경나온 시민들을 상대로 동호회 가입권유에 여념이 없다. "'무선조종 자동차에서 우주탐사선까지 내손으로 움직인다'는 게 목표입니다. 모형 자동차 ·보트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직접 조종해보는 것은 물론 원리를 익히고 제작까지 하고 있어요. 개인장비를 갖춰야 하는 부담도 없어요.회원 가입만 하면 체험회 보유장비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요."

대전과학동호회 소속 13개 단체가 펼친 '대전과학동호회 발족2주년기념 체험행사'의 한 단면이다.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국내 과학두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대전시.이곳은 과학이 연구소나 학교 ·기업체의 테두리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일반인이 다가서기엔 신비와 딱딱함의 벽이 너무 높을 것만 같던 '과학 마인드'가 초등학생부터 중 ·고 ·대학생은 물론 일반시민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 견인차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개방된 과학동호회들.2∼3년전부터 움트기 시작한 대전지역 이들 단체는 저명한 학자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결집,갖가지 과학에 관련된 테마를 체험을 통해 익혀가는 일종의 취미클럽이다.

이 가운데 '생명의 신비회'는 실험과 강연을 통해 생명현상을 쉽게 이해하자는 뜻으로 유관희(50 ·충남대 생물학과 교수)회장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2개월에 1번씩 모임을 갖고 충남대 생물학과 공동실험실습실에서 실험하거나 야외에서 자연관찰을 하는게 주요 활동.그동안 유전자(DNA)조작 실험 등 일반인으로선 접하기 힘든 체험을 하는 기회도 가졌다.

회원인 심규용(10)군은 "생명에 관련된 실험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모임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전희영 회장 인터뷰>

<전희영 회장 인터뷰>

"대전시민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끊임없이 제공한 게 과학동호회의 가장 큰 성과죠."

대전과학동호회 연합회 전희영(全希永 ·52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부장)회장은 "연구단지와 첨단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에 걸맞게 시민들의 동호회 참여 열기도 뜨겁다"고 말했다.

2년전 출범 당시 10개 동호회 4백여명이던 규모도 13개 모임 1천7백50여명으로 성장했다.

'암석과 화석 탐구회'를 이끌다 지난달 10일 2년 임기의 동호회연합회 회장이 된 全회장은 대전시 등 공공기관과 협조,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실험실습을 할 공간 ·비용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동호회별로 1년에 1∼2차례씩 각종 과학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성과도 많다"고 자랑했다.

회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초등학생 과학 꿈나무들의 탐구심을 고취하고 창의력 개발에 기여한 점도 중요한 동호회 활동성과라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지난 2년간의 동호회 활동을 평가해 조직을 재정비,대전 뿐 아니라 전국에 과학기술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