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42호 송광사 목조불감 중국서 만들어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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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문화관광부가 이 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보조국사 지눌(知訥)이 생전에 지니고 다녔다는 송광사 목조삼존불감 (木彫三尊佛龕.국보 제42호)이 사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주장이 학계에서 정식으로 제기됐다.

정교한 목조 불감이 한국에서는 좀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과 조각이 화려하다는 특징을 들어 이 불감이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이 전에도 대두됐으나 아직까지 통설의 수준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국립 문화재연구소의 재질분석 등을 바탕으로 미술사적인 고찰을 해 온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배진달(裵珍達.37)교수는 "재질 자체가 한국에서는 거의 찾기 힘든 백단(白檀)이고 불감에 새겨져 있는 인물상의 배치 등으로 볼 때 당(唐)대 중국의 산시성(山西省)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반입된 것이 분명하다" 고 말했다.

양식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배치한 협시(挾侍)보살. 한국에서는 흔히 석가여래의 좌측에 문수보살을 두고 우측에는 보현보살을 배치하는 게 통례지만 이 불감에서는 좌우가 바뀌어 있다는 점이다.

裵교수는 "이같은 양식은 중국의 산시성에서 흔히 발견되며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조차 찾기 힘들다" 며 "문수.보현 보살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는 실제 불상조성 등에서 없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조선시대 들어서야 탱화에서나 겨우 발견되는 정도" 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공고부지(金剛峰寺)에서 소장하고 있는 같은 형태의 불감에는 '중국 당나라에서 들어왔다' 라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거의 원형(圓形)에 가까운 겉모습이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주로 중국 산시성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양식이라는 점 등도 우리 국보 42호가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강우방(姜友邦)교수도 "불상의 옷주름이 두 줄로 나 있는 점과 조각상의 얼굴 형태 등을 두고 볼 때 이 불감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며 "불교가 전래될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고 말했다.

중국에서 백단 등 나무재질로 원통 형태의 불감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당대인 7~8세기에 몰려 있는 점 등을 볼 때 국보 42호인 이 불감에 대한 자세한 연구를 통해 당대와 삼국시대 불교전승의 관계, 석굴암 등 한국 불상의 양식적 기원과 변화 등을 제대로 살필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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