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KS택시(주) 김인남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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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KS택시㈜ 본사.

사무실 입구 게시판을 빼곡이 채운 알림문 가운데 '이달의 친절도 베스트와 워스트' 가 먼저 눈에 띄었다. 승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전기사들의 친절 점수를 매겨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누구나 이 명단을 볼 수 있도록 한 사람은 이 회사 대표 김인남(金仁男.49)씨.

그의 목표는 KS택시를 '한국의 MK택시' 로 만드는 것이다. 이름도 '친절' (Kindness)과 '안전' (Safety)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다. 한국(Korea)의 표준(Standard)이란 뜻도 포함돼 있다. 그가 KS택시 경영에 손을 댄 것은 1997년. 기아자동차의 임원을 지낸 뒤 사표를 내고 퇴직금과 약사인 부인이 모은 돈 7억여원으로 당시 일신운수㈜를 인수했다.

짧은 경영 경력에 현재 택시 68대가 전부지만 金사장은 이 조그만 회사를 전국적인 화젯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승객들의 콜이 줄을 잇고, 직원들의 급여도 타 업체보다 많다. 필기시험을 쳐 기사를 뽑고, 운전기사를 항공사와 같은 승무원으로 부른다. 장애인은 요금을 50% 깎아주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전용택시를 운영하는 등 파격적인 경영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차량위치추적시스템은 일본 MK택시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워낙 요란하게 일을 벌이다 보니 '별나다' '뭐 그리 잘났냐' 는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선진국을 다니면서 깨끗하고 친절한 택시가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란 걸 느꼈습니다. "

그가 인수할 당시 회사는 만성적인 노사분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金사장은 곧바로 그의 방식대로 개혁을 시작했다.

첫번째는 기사교육. 일을 마친 기사들을 회사로 불러 친절.안전.교통법규 준수 등을 가르쳤다. 다음은 KS인사법. 기사가 문을 열어주며 "어서 오십시오. KS택시입니다" 라며 공손하게 인사한다. 이때 승객의 눈을 쳐다보며 미소짓는다…. 하지만 직원들이 따라줄 리 없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느냐는 식이더군요. 아예 참석하지 않는 직원도 많았어요. "

그는 교육에 세번 빠지면 징계, 그런 뒤에도 나오지 않는 직원은 해고했다. 인수 당시 1백10명이던 직원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단 5명뿐이다. 해고된 직원에게 폭행도 당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1억여원을 투자, 인공위성을 이용해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모든 차량에는 비상 구급약을 싣고 다니며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직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교육을 시켰다.

그의 개혁은 '뚝심' 때문에 가능했다. 金사장은 "고교.대학 때 유도선수를 했고, ROTC 출신으로 장교생활을 하면서 익힌 지도.통솔력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장애인 문제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고향 친구가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 때문이다. "택시는 공익사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택시를 만들겠습니다. "

金사장은 "친절.안전과 사원복지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택시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 고 다짐했다.

글= 홍권삼 기자

사진 = 조문규 기자

◇ 약력

▶ 1952년 구미시 성산읍 출생

▶ 70년 대구 영남고 졸

▶ 75년 영남대 기계과 졸

▶ 77년 육국 중위 전역, 기아자동차 입사

▶ 85년 경북대 영영대학원 졸(경영학 석사)

▶ 94년 기아자동차 대구 ·경북지역본부장(이사)

▶ 97년 KS택시(주) 대표이사

▶ 99년 서비스분야 '신지식인' 선정(제2건국원회)

▶ 2001년 '신노사문화 우수 기업 대상'(노동부장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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