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총 서면 · 전자투표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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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주주들의 서면.전자투표제도 도입에 재계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편지나 인터넷으로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주총의 본래 기능을 위축시키고 기업경영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서면투표제 등이 소액주주 보호에 유리한 제도라는 입장이어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http://www.kcci.or.kr)는 2일 '서면 투표제 개정 방향에 대한 건의' 에서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이나 인터넷으로 안건에 투표하는 제도는 주총의 본래 의미와 절차에 어긋날 뿐 아니라 참고자료 작성, 투표 시스템 구축 등에 따른 과중한 기업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면투표제는 1999년 상법에 신설됐으며 이성헌 의원(한나라당) 등 국회의원 30여명이 기업 정관에 예외규정만 없으면 인터넷을 포함한 서면투표를 반드시 인정토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낸 바 있다.

이현석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극단적으로 과반수의 주주가 서면투표제를 활용할 경우 총회에 직접 나온 주주들의 토의.의결 행위가 무의미해지는 등 주총의 원활한 진행과 의사결정을 무력화할 소지가 크다" 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투표도 "해킹.전산오류나 전자문서 시스템 구축 등 기술.제도적 난점이 많아 시기상조" 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이영호 수석연구위원은 "서면투표제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분쟁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인터넷 확산을 계기로 좀더 많은 소액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서면투표제 도입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서면투표제의 경우 정관에 따라 시행하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되 전자투표제는 합리적 소액주주 운동이 정착되고 기업이 준비를 갖춘 다음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 고 주장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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