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나라빚… 여야 뭐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차기 정권은 빚더미를 뒤집어 쓰고 시작한다. (여당은)뒷설거지를 다음 정권에 맡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한나라당 李會昌총재)

"국가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누가 정권을 잡든 죽을 쑬 수밖에 없다. " (민주당 李海瓚정책위의장)

여야가 파악하는 국가채무 문제는 이처럼 심각하다. 이회창 총재는 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들로부터 "우리당이 정말 다음번 정권을 잡아야 하는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만큼 현재의 국가부채 상황은 심각하다" 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심각성 속에서도 여야의 접근자세와 해법은 다르다. 때문에 정치권의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우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다른 잣대로 국가부채 규모를 계산, 문제의 본질에서부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주장하는 국가부채는 1백20조원대(민주당)에서 최대 1천조원(한나라당)까지 10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 "어디까지가 나라 빚이냐"=한나라당은 "직접채무와 국가가 보증을 선 보증채무는 물론 준국가채무(연기금채무+사회보장채무+정부투자기관채무+한국은행 외환차입금과 통안증권)까지 모두 나라 빚" 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근거한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6백38조원.

이한구(李漢久)제2정조위원장은 "그뿐 아니다. 정부출자기관 부채(3백43조원)도 엄연히 국가가 갚아야 할 돈" 이라며 "이것까지 포함하면 총 부채는 1천조원을 넘어선다" 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 라며 "국가채무의 범위는 중앙정부가 지고 있는 빚과 지방채 발행 잔액인데 야당이 빚까지 부풀리고 있다" 고 반박한다.

◇ 국가부채 상환 의무화 논란=돈을 갚는 방식을 놓고도 여야는 맞서고 있다.

특히 국가채무감축법의 요체인 국가가 매년 예산에서 빚 갚을 돈을 적립해 나간다는 내용의 '국채상환 의무화' 규정이 핵심쟁점이다. 민주당은 "국가채무 원금 상환을 위해 매년 2조원씩을 떼되, 균형재정이 달성된 후로 하자" 고 주장한다. 정부가 발표한 재정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가 2003년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2004년부터라는 얘기다.

이에 한나라당은 "그때까지 균형재정이 달성될 수도 없을 뿐더러, 국가채무감축법이 2005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빚을 갚지 않겠다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강두(李康斗)의원은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2003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공적자금(27조원)조차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