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안전 또 논란… 정수장 소독 능력이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중소 도시 정수장과 가정 수도꼭지 수돗물에서 간염 등의 병을 일으키는 장(腸)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1997년 10월 서울대 김상종(金相鍾.생명과학부)교수가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처음 발표했지만 환경부는 지금까지 수돗물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없어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공식조사 결과 바이러스 검출을 확인하고도 환경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시도록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해 비판받고 있다.

◇ 바이러스 얼마나 위험한가=연세대 정용(鄭勇)교수는 지난 3월 국립환경연구원 주최의 세미나에서 "하루에 2ℓ의 수돗물을 1년 내내 마실 때 연간 2백90만~5백73만마리의 바이러스는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발표했다.

수돗물 1백ℓ당 40~78마리 이하로 들어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여주정수장의 경우 1백ℓ당 33.5마리가 검출돼 발병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김상종 교수는 "이같은 수치도 바이러스 검출량이나 정수능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며 "1천ℓ중 1마리가 들어 있는 물을 평생 마실 경우 감염 확률은 10%, 사망률은 0.1%로 평가되고 있다" 고 말했다.

◇ 정수 능력 문제없나=수돗물이 아닌 상수원에서는 바이러스 검출 발표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하수처리율이 낮고 소독과정 없이 처리된 하수를 방류하는 상태에서 상수원에는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수장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정수장의 소독시설들은 상당수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제거하기에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대 윤제용(尹齊鏞)교수는 지난 3월 세미나에서 "3백67개 정수장의 소독능력을 평가한 결과 19%인 70곳이 미국 환경청이 정한 바이러스 99.99% 제거라는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