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대표 '여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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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2일 2002년 차기 대선과 관련해 몇가지 미묘한 발언을 했다.

아침 당무회의에서 金대표는 "(당내)경쟁은 불가피하다. 인물은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므로 당은 인물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의 원칙과 한계' 를 언급했다.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쟁이)이뤄져야 한다. (우리당 대선)주자들이 민생을 살피고 경제회생에 진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비춰진다면 국민은 '아직 정신차리지 못한다' 고 보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이때까지 金대표의 발언은 당내 다른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날 낮 金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 알려진 뒤 관측의 초점은 달라졌다. 다음은 金대표와의 일문일답.

- 4.26 재.보선 패배를 들어 당내에 후보 조기 가시화(可視化)주장이 있다.

"석탄일 법요식(1일.조계사)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나라당 관중들이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더라. 李총재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참가한 주자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우리 당 김기재 최고위원이 '우리도 빨리 후보를 내 경쟁에 나서야 한다' 고 말하더라.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

- 대통령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누수)이 빨리 올 수 있다며 (후보의 조기 선정을)반대하는 의견도 있는데.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이 대목에서 金대표는 자신의 청와대 참모시절(6공 말인 1992년 정무수석)의 경험담을 덧붙였다. 그는 "레임덕은 절대 내부에서 오지 않더라.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엄청난 힘이 있다. 후보를 정해 놓았다고 대통령이 무력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 'DJP+α' 연합만으론 집권 후반기 정국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상태론 내년 지방선거(6월 예정)에서 이기기 힘들다. (지방선거에서)후보가 아닌 상태에서 뛰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후보가 뛰어야 승산이 있다. "

- 金대통령에게 대선 주자들의 행보와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건의하겠다고 했는데.

"당은 정치 의사를 형성하는 주체지만 정치적 인물을 키우고 배양하는 곳이다. 내년 대선을 위한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데 국민과 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후보를 정하는)적절한 시기.방법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

- 金대통령은 당에서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의견을 모아 오면 따르겠다고 했는데.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얘기되지 않겠나. "

이런 발언에 대해 수도권 출신 한 당직자는 "金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충정과 고심이 담겨 있다.

그런 맥락에서 대선 주자의 조기 가시화의 효율성을 검토해보자는 것" 이라고 받아들였다. 주변에선 " '이회창 대세론' 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대항마(對抗馬)가 등장해야 한다는 뜻" 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당내 조기 가시화론이 있다는 것을 金대표가 설명한 것일 뿐 金대표가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는 말로 파장을 막으려 했다.

청와대측에선 "지방선거를 현행대로 치르고 그 이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고 말해 청와대와의 '교감설' 을 부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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