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 MD 공식화에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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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향후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

미국이 1일 미사일방어(Missile Defence:MD)체제 구축을 선언한 데 대한 정부 당국자의 언급이다.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거론됐던 MD 구축이 공식 발표됨으로써 북.미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힘겨워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 미묘해진 한.미관계=정부는 당장 미국이 우리에게 MD 구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다. MD 구축에 가장 중요한 기술력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데다 막대한 재원확보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 부시의 선언이 원칙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실제적 협의(real consultation)를 중시하겠다고 했으므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즉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의 입장을 잘 들어보겠다' 는 입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MD 구축을 공식 선언한 것은 결과적으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연구위원은 "향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행보가 빨라질 것이며, 적용 대상도 기존의 미국 방위 차원을 넘어 우방.동맹국으로 확대됨으로써 우리의 입장이 더 미묘해졌다" 고 지적했다.

◇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미국의 이번 선언에 대해 정부는 공식반응을 내지 않았다. MD의 타깃에 사실상 북한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MD 추진 명분으로 불량국가(rogue state)에 의한 미사일 및 핵위협을 들었다. 북한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1988년부터 불량국가로 분류돼 있는 북한도 여기에 당연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이 지난 1일 북한을 테러국가로 재지정한 데 대해 조만간 북한 외무성이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이런 가운데 미국이 MD 추진의 명분으로 불량국가의 위협을 언급함으로써 미.북관계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더 꼬이게 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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