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지구방위' 내세워 MD 강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국방대학 연설에서 밝힌 미사일방어(MD)체제 강행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수정 입장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드미트리 로고진 외교위원장은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Ⅱ)의 파기도 검토하겠다" 고 경고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2일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이날 미국의 MD 추진이 "21세기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것" 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뉴질랜드도 부시 연설에 우려를 나타냈으며, 미국 민주당도 MD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미국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것들 중 가장 쓸모없는 것의 하나" 라며 "민주당은 MD 구축 비용과 기술적 가능성.외교적 여건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요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1일 워싱턴 국방대학에서의 연설에서 ABM협정에 구애받지 않고 MD를 강행하며 대신 핵무기를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미사일방어 계획을 발표했다.

부시는 1972년 미국과 소련이 맺었던 ABM협정의 무용론을 제기하면서 " 오늘날의 위협은 불량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적은 수의 미사일로부터 나온다" 고 주장했다.

부시의 이번 MD 구상은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미국 본토 방위 위주의 국가미사일방어(NMD)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동맹국과 국내의 거센 반발을 사자 그 범위를 동맹국으로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발을 줄이기 위해 미국 본토 방위의 NMD 용어를 쓰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NMD와 기존의 전역미사일방어(TMD)를 합친 포괄 방위구상을 내보인 것이다. 미국으로선 그만큼 미사일방어 우산을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이번에 내놓은 새 틀은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소련 붕괴 이후 동맹국들과 함께 추진했던 전지구적제한공격방어계획(GPALS)과 유사하다. 부시는 MD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 정부 고위 대표단을 유럽과 아시아.호주.캐나다 등지에 파견키로 했다.

심지어 ABM협정의 당사국인 러시아에도 동참을 호소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TMD 공동 추진을 제안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MD 추진의 걸림돌인 ABM협정을 사문화하기 위한 러시아 흔들기의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MD 구축의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다. 부시가 유럽 동맹국 달래기에 나섰지만 유럽 국가는 이 계획이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한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 그가 밝힌 대로 육상.해상.공중에서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예산 확보도 문제다. 감세 정책을 내건 그가 MD체제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의 의회 승인을 받는 것도 난제다.

이번 연설은 또한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의 일단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방적인 핵감축을 내건 것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따라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조강수 기자

<용어해설>

▶ABM(Anti-Ballistic Missile)제한조약: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조약

-1972년 미국과 옛소련간에 체결된 조약으로 탄도탄요격 미사일과 발사시스템을 제한.

▶NMD(National Missile Defence)체계:국가미사일방어체제.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공화당 주도의 의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미 본토 방위를 위한 것.

▶TMD(Theater Missile Defence)체계:클린턴 행정부가 '불량국가' 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동맹국과 해외 미군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내놓은 계획.

▶MD(Missile Defence):러시아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외에 불량국가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방어도 포함한 것으로 미사일 방위를 통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