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화제작 스태프 처우개선 외면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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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요즘 충무로의 영화 스태프(연출부.촬영부.제작부 등)나 영화관련 학과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둘기 둥지' (http://cafe.daum.net/vidulgi/)가 단연 화제다. 3월 중순 인터넷에 개설된 이 토론방은 제작 현장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하고 그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몇몇 젊은 스태프들이 마련한 공간.

하소연을 털어놓을 공간이 생기자 젊은 영화인들이 몰리면서 40여일 만에 회원이 3백3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불이익을 고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회원이 많다. 이들 중 20여명은 지난달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종상 시상식장 앞에서 '전 스태프 계약제 실시하라' '우리가 제작가 시다바리가?' 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 영화가 산업화를 부르짖는다면 표준 계약서 제정 등을 통해 스태프들에게도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고 주장하는 운영진은 회원들의 오프라인 정기 모임은 물론 '비둘기 둥지 영화제' 등을 준비하며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우리 영화계엔 도제시스템이 지배적이어서 스태프와 제작자간의 계약이 불공정한 경우가 많아 연봉 몇백만원에 만족해야 하는 스태프들이 많다. 또 주요 영화제작사들의 임금도 다른 직종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 영화가 유난히 각광받고 있는 요즘, 영화 제작의 밑거름인 스태프들의 노고가 무시돼서는 곤란하다. 영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하지 않을까.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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