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수도권 대중교통 정책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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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골병을 앓고있다.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던 버스는 정부가 2천억원을 내놔 파업은 간신히 피했다.그러나 부실경영 환경의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다.

내년엔 또 얼마를 내놓을 것인가.빚더미에 허덕이는 지하철도 ‘정부지원’이 유일한 대책이다.

수도권 대중교통수단의 경영상 문제와 대책을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서울의 대중교통은 원래 시내버스망이 근간이었다.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1960년대엔 80%를 넘기도 했고, 70년대에도 60% 수준을 유지했다. 이 망(網)을 정부가 지하철로 흔들며 '버스와 지하철이 같이 죽는' 경쟁을 시작했다. 70년대 이래 서울 곳곳에서 지하철이 버스를 몰아내고 있다.

광진구 천호대로는 몇년째 지하철.버스가 공멸(共滅) 경쟁을 하는 구간이다. 한때 도로 한가운데의 전용차로를 달리며 호황을 누리던 버스업자들은 지하철 개통 후 치명타를 맞았다.

13개 노선 4백여대를 운행했던 S승합의 경우 지금은 8개 노선 1백70여대로 줄었다. 더욱이 대당 하루 수입도 30만원으로 떨어졌다(업계 주장 원가 43만원). 버스 운행 간격이 벌어지자 승객감소에 이은 수입감소의 악순환이 일어났다.

지하철도 알고 보면 사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버스승객을 상당수 빼앗기는 했으나 5호선의 차량.㎞당 수송인원이 3.6명에 불과해 2호선 5.5명, 4호선 4.9명에 비해 훨씬 적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승객을 더 유인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시내 뿐 아니라 신도시 연결구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 외면받는 대중 교통수단=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 통행량 분포' 에 따르면 시내외 버스 수송분담률은 99년 18.0%로 96년 21.2%에 비해 3.2%포인트나 하락했다. 지하철.전철, 택시도 0.8%포인트씩 분담률이 낮아졌다.

그동안 지하철.전철 연장을 늘렸고, 서울~위성도시 광역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 공급을 늘렸는데도 승객은 승용차(1%포인트 상승).마을버스(1.8%포인트 상승)를 선호했다. 버스.지하철이 공급을 늘려가며 경쟁해봐야 '자기만 손해' 인 셈이다.

수도권 전철구간도 승객이 크게 줄었다. 서울~수원은 99년 37만4천명으로 96년 42만5천명에 비해 12%나 줄었고, 경인선.경원선도 각각 3.4%, 12.4%씩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박현(朴炫)박사는 "지하철 노선망이 수도권 공간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느리고 꾸불꾸불하며 환승이 불편한 운영체계도 문제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 연결 버스를 타려면 줄까지 서야 하는데 비해 지하철의 승객 분담률은 분당 17, 3%, 일산 26, 2%에 불과하다 (버스는 각각 28.2%, 27.3%).

◇ '갈아타기' 체계로 개편해야=서울시립대 이번송 교수는 "지하철과 버스의 문제들을 연계해 해결책을 궁리해야 대중교통수단의 혁신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버스 기능을 축소하며 지하철 승객수를 늘리려는 정책에 회의적이다. 버스의 장점을 없애면서까지 지하철에 매달리기보다 버스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버스노선 체계의 전면 개편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버스를 수익성 위주의 민간 경영에 맡기고 땜질처방만 계속한 탓에 노선망이 체계성을 잃은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버스노선간 갈아타기' 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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