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예사롭지 않은 쌀 포대가 눈에 들어왔다. 떨어지는 쌀을 담아 자동 포장하는 5㎏ 들이 쌀 포대에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중앙통제실에 가 봤다. 쌀의 상태와 맛을 검사하는 완전미 검사기, 투명도 검사기, 식미분석기 같은 기계가 가득했다. 완전미 검사기는 완전한 상태의 쌀 비율을, 식미분석기는 쌀의 맛을 확인하고 등급을 검사한다. 나 대표가 오래 전 일본에서 도입한 것들이다. 하얀 쌀가루가 풀풀 날리고 특유의 눅눅한 냄새를 풍기던 옛 시골의 정미소와는 딴판이다. 이병길(47) 팀장은 “수분 15~16%,완전한 형태의 쌀 비율 95% 이상, 싸라기3% 이하, 색깔 있는 쌀 0%의 기준을 맞추지못하면 출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삼동면 대감리에 있는 피앤라이스의 벼 저장시설. [송봉근 기자]
‘완벽한 쌀’을 출시하기 위한 피앤라이스의 각종 장비들. 백도측정기(쌀투명도 검사기·사진 위), 완전립검사기(가운데), 미립식미계(쌀단맛측정기·아래).
그런데 이 방식을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형 사일로의 온도를 낮추려면 중소업체로선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 대표는 또 한번 아이디어를 냈다. 도로가 새로 뚫려 버려진 터널을 저장고로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역시 맞장구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밀어붙였다. 관계 당국에 터널 사용허가를 얻어 말끔히 청소를 한 뒤 습기조절기를 달았다. 결과는 50% 비용절감이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은 아직도 김해 진례면 청천리지역 등에서 활용된다.
나 대표의 연구와 혁신은 요즘도 멈출 줄모른다. 쌀의 진공포장법이라든지, 손잡이달린 특수 한지 포장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최근엔 쌀 표면에 대나무 추출물을 코팅한 ‘항동맥경화 쌀’ 같은 기능성 쌀을 개발 중이다. 몸소 경작을 하지는 않지만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 쌀의 품질을 위해 김해 일대 농민들과 계약해 연간 1만4000t의 좋은 벼를 수매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피앤라이스는 직원 규모(6명)에 비해 큰 매출(연2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대표적 고부가가치 미곡처리장으로 컸다. 나 대표는 “쌀은 일단 시장에 나오면 누구든지 사서 먹을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쌀의 품질을 망친다.
시장개방 시대에 농민이든 유통업자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우리 쌀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딸(26)이 이 회사에서 관리팀장으로 일한다.
글=김해=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